피상순 우리정신과 원장

새해를 맞으며

지난 연말에는 송년회니 동창회다 각종 모임들로 서울 나들이가 잦았다.

날씨가 춥고 유난히도 눈이 많이 내려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였다. 오가며 바라본 지하철 풍경은 참으로 특이하였다. 지하철의 긴 의자는 7~8명이 앉을 수 있게 되어 있는데 그 중 1~·2명은 졸고 있고 5~6명은 휴대폰을 두드리고 있었다.

옆에 누가 앉아 있는지 자기 앞에 어르신네가 서 있는지 전혀 관심 없이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환승역은 방향감각을 알 수 없을 만큼 대 만원이었다. 간신히 인파를 뚫고 길게 줄 서 있는 곳으로 가서 한 젊은이에게 물었다.

“교대 앞으로 가나요?” 젊은이는 휴대폰을 두드리며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절래절래 손사레를 쳤다. 줄 서 있는 젊은이들은 대부분 주변에 일별도 주지 않고 휴대폰에 몰두 하고 있었다.

몇 명에게 물어보아도 거의 비슷한 모습이었다. 그러고 있는데 저 쪽 줄에 서 있던 중년의 한 부인이 “맞아요”하며 답변을 보내주었다.

어렵게 찾아간 동창회 모임, 그 동안 안부를 물으며 정감 있는 대화를 나누어야 할 시간 동창들은 저마다 휴대폰에 매달려있다. 집으로 계속 전화하고 어디론가 메시지 날리며 분주하다.

며칠 전 시골 학교에 특강을 다녀온 분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는 우리가 생각했던 풍경과 아주 달랐다.

아이들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나가 놀지를 않고 교실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어 유심히 보았더니 휴대폰의 자판을 두드리고 있더라는 것이다.

운동장에 나가서 신나게 공을 차며 뛰어 놀 줄 알았는데 너도 나도 휴대폰에 매달려 있는 풍경을 보고 무척 놀랐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여 휴대폰으로 세계 곳곳을 찾아다니고 가상의 세계에서 지구 곳곳의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면서 바로 내 옆에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무관심한 이 아이러니를 생각해 보니 쓴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며칠 전 한 부인이 분노에 찬 얼굴로 외래를 방문하였다. 무뚝뚝하기 짝이 없는 남편은 결혼 27년이 되었지만 한 번도 자신에게 부드러운 말 한마디 보낸 적이 없어도 천성이 무뚝뚝하다고 이해하며 정성을 다해 섬기며 살았다고 한다.

그런데 우연히 남편의 휴대폰에서 3년간 채팅한 여인과 나눈 대화를 보게 되었는데 솜사탕보다 더 달콤한 미사여구를 발견하고 분노감이 극치에 이르게 되더라는 것이다.

계사년 새해가 밝았다.

뱀은 지혜의 상징이다. 새해에는 가상의 세계가 아닌 내 바로 옆에서 숨 쉬고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여 주고 정다운 말 한마디 더 건네주고 소통하는 지혜로운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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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구 고잔동 705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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