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택 안산시의회 의원

평소 축구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축구사랑에 빠져있는 나에게 런던에서 날아온 낭보는 특별했다. 상대적으로 육중한 몸매덕분에 남들보다 더 견디기 힘든 한여름 밤의 열대야를 한방에 날려버리는 감동을 안겨주었다.

1948년 제14회 런던올림픽 본선 무대를 처음 밟은 한국 축구는 1964년 제18회 도쿄올림픽 이후 오랫동안 올림픽 본선과는 거리가 멀었으나, 1988년 제24회 서울올림픽 이후로는 단 한 차례도 빠짐없이 본선에 진출해왔다.

64년이라는 기나긴 시간이 지나 다시 열린 런던올림픽. 그곳에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축구 종가’라는 영국을 상대해 올림픽 사상 최초로 4강이라는 또 하나의 신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사상 최초의 4강 진출이라는 올림픽 축구팀의 위업은 가장 어려운 조건 속에서 이룬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값지다.

특히 개별적으로 보면 영국 선수에 견줘 크게 뒤지는 우리 선수들을 하나로 묶어 ‘이기는 팀’을 만들어낸 홍명보 감독의 지도력이 돋보인다.

“정신적으로 영국보다 우리 선수들이 더 강했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홍명보 감독의 말에서도 묻어나듯이, 선수들을 동생처럼 감싸는 ‘형님 리더십’과 그를 바탕으로 형성된 끈끈한 팀 웍이 승리의 원동력이리라. 바로 이 부분이, 소통과 협력보다는 분열과 갈등으로 힘들어 하고 있는 우리사회가 배워야 할 덕목이라는 생각이다.

이번 축구 대표팀의 영국 전 승리를 통해 우리가 배운 것은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최선을 다하면 넘지 못할 벽이 없다는 교훈일 것이다. 비단 축구뿐만 아니라, 런던올림픽 스타들이 특히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무엇보다 역경을 이기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축구에서 영국 전이 벌어지고 있는 시간에 동시에 열린 펜싱 여자 에페 단체전에서 ‘흐르지 않은 1초’ 사건의 신아람 선수가 포함된 우리 대한민국팀이 은메달을 딴 것도 그런 경우다. 마찬가지로 수영의 박태환, 유도의 조준호, 펜싱의 남현희 선수 등이 오심이나 불운에도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딴 은메달과 동메달은 금메달 못지않은 가치와 감동을 지닌다고 할 만하다.

물론 감동의 순간만 있었던 건 아니다. 여자 배드민턴의 고의 패배 사건은 정말 아쉽다. 자국 선수를 피하거나 손쉬운 상대를 만나기 위해 일부러 져주기 경기를 한 사실은 메달 획득에만 지나치게 매달린 나머지 과정을 무시한 참담한 결과였다.

올림픽의 의의는 참가하는 데 있다. 또한 그 과정에 메달이 있고 선의의 경쟁이 존재한다. 메달 색깔만 생각한다면 절대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게 있다는 걸 확실히 깨닫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국가대표들이 겨루는 올림픽이라면 모름지기 서로의 애국심을 겨루는 대결의 장이 아닌가.

하루하루 견디기 어려운 폭염과 싸우는 삶 속에서, 게다가 경기불황이라는 어려움으로 여름휴가는 엄두고 내지 못하는 우리 일반 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희망이고 위로며 감동이다.

우리는 우리의 대표 선수단이 젊은 패기와 기상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할 수 있다. 스포츠맨 정신만 보여줘도 감동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경기들의 승패 여부와 관계없이 도전이 계속되는 한 새로운 신화가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오는 8월 12일이면 런던올림픽이 폐막한다. 글을 마무리하며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기대한다. 또한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즐겁게 응원하고 서로를 마음껏 ‘공감’하고 ‘소통’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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