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상순 우리정신과 원장

착하디 착하게 생긴 가정주부 A씨는 다소곳이 진찰실로 들어와 앉으면서 조용히 눈물을 닦았다.

오랫동안 연애한 뒤 결혼한 부인 A씨는 10년 세월 아이들 키우며 부부 생활에 특별한 문제없이 지내왔다고 생각하였다.

최근 들어 남편은 입버릇처럼 ‘사는 것이 재미없다’고 말하곤 하였지만 크게 와 닿지 않아 문제시 하지 않고 지내왔으나 얼마 전부터 우연히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었다.

차마 말로는 표현할 용기가 없어 남편에게 메일을 보냈다.

남편은 아무런 답변도 없이 이전보다 가족들에게 외식을 시켜주거나 낮 시간에는 정성을 기울였다. 그러면서 회사 일을 핑계를 대며 밤에는 들어오지 않는 날이 많았다. 그럴 때면 부인 A씨는 가슴을 짓누르는 것 같은 압박감과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남편과는 취미 활동이나 흥미를 끄는 대화 내용이 달랐다. 부인 A씨는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품으로 술도 마시지 못하고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에 정적인 것을 좋아하는 반면에 남편은 술을 마시고 큰 소리로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을 좋아하였던 것이다.

부부란 외로운 홀수와 홀수가 만나 더 이상 홀수로 지낼 수 없을 만큼 좋아하여 외로움을 반분하기 위해 짝수가 되었다. 그러나 그 좋아하는 감정은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영원해야 한다’고 굳게 서약까지 하지만 실제는 그러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왜냐하면 “사랑도 변화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감정은 빠르면 6개월, 3년이면 거의 사라진다고 한다.

그 3년 동안 부부는 같은 취미를 갖는 등, 서로가 서로를 친구로 만들어 놓아야 한다. 그래야 부부간에 불꽃 튀는 사랑의 감정이 사라져도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 주고 아껴 주는 친구관계로 오랫동안 함께 나눌 수 있다.

불행은 사람들이 사랑이 변하지 않는다거나 변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싹 튼다. 상대방은 변화하고 있는데 나만 고정되어 있다면 주기(싸이클)가 어긋나기 시작한다.

상대편이 변하듯이 나도 같은 속도로 변화해야 주기가 맞아떨어진다. 끊임없이 나 자신을 살피고 살펴서 상대방과 서로 맞게 조율해야 사랑이 유지된다.

세상의 이치는 모든 것이 변화한다는 것이다. 세상사 이치는 그 어떤 것도 변화하지 않는 것이 없다. 다만 서로 맞추며 상대방의 주기(싸이클)와 내 주기를 잘 맞추어 나갈 때 사랑은 영원할 수 있다.

상담 치료를 꾸준히 받은 부인 A씨는 “그냥 아이를 키우며 착하게 살면 되는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열심히 변신해 보겠다”는 각오를 하며 진료실 문을 나갔다.

사랑은 기술이다. 부인 A씨의 변신이 꼭 성공하기를 빌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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