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식 / 행복한 여성의원 원장

필자가 산부인과 의사로서 첫발을 내딛은 초년병시절 분만실의 대장은 분만실 수간호사였다.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분만실 간호사들과 산모들 심지어 산부인과 의사들까지도 휘어잡곤 했다. 지금은 출산을 하는 산모도 줄고 또 힘들고 사고의 위험성도 높아 산부인과를 지원하는 의사들이 줄었지만 필자가 산부인과 수련을 받던 시절에는 분만하는 산모도 많았고 산부인과를 전공하는 의사들도 많이 있었다. 그 틈바구니에서 사고를 줄이려면 분만실에서는 언제나 강력한 규율이 필요했고 그런 규율을 잡는 역할을 분만실 수간호가 맡아서 했다.

그래서 분만실에서는 늘 수간호사와 산부인과 의사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있었고 크고 작은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산부인과에 첫발을 내딛은 산부인과 의사들 눈에 분만실 수간호사는 무서운 사감 선생님으로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어느 때인가 수련의 2년차 정도 되었던 시절 자매병원으로 파견 나갔다가 들어와 보니 그 무서운 수간호사가 보이지 않아 알아보니 난소암으로 수술을 하고 병실에 입원해 있다고 하였다. 예전의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생각하며 병실에 들어선 순간 조금은 살이 빠지고 초췌한 모습의 수선생을 만날 수 있었다. 목소리는 여전하지만 예전의 그 강력하고 사나운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평온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반겨 맞아주는데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하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산부인과 의사로서 “천하의 분만실 수간호사가 난소암?”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뒤로 회진 돌때마다 병실에 들러 손을 잡아주며 격려를 해주곤 하였는데 항암제 치료를 하며 버티던 수선생은 일 년을 못 채우고 30대 후반의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뜨고 말았다.

요즘은 건강검진이 발달하여 본인이 조금만 신경 써서 건강검진을 충실히 하면 자궁경부암이나 위암은 조기 검진이 가능하다. 하지만 난소암은 건강검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서 잘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자궁경부암과 위암의 발생률이 높고 난소암은 순위가 밀렸지만 지금은 암 발생률 면에서 난소암도 차츰 등위가 올라가고 있다. 난소암으로 진단이 된 경우 이미 진행이 된 경우가 많아서 난소암 수술을 하더라도 생존 가능성은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또 난소암은 조용히 슬금슬금 진행이 되다가 갑자기 진행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집안에 유방암이나 난소암으로 진단 받은 가족이 있는 경우 수시로 하복부 초음파를 해보아서 난소에 혹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만일 자주 하복부 초음파를 못하는 경우 일 년에 한번 하는 건강검진 때만이라도 하복부 초음파를 하자. 필자가 가끔 산부인과 진료실에서 진료를 하다가 난소에 조금이라도 혹이 보이는 환자를 보면 그때 그 생각이 나서 더욱 강박적으로 진료하게 되는데 가끔은 나의 난소가 잘 있는지 하복부 초음파를 하는 것이 나의 가족을 지키는 길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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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록구 본오3동 879-2,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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