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채 자연한방병원 원장

국제보건기구(WHO)는 2011년도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심장병, 뇌졸중, 암, 당뇨병 등 만성질환으로 한 해 약 3500만 명이 사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세계 사망자 통계의 약 60%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가히 만성병의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제 인류의 최대 보건목표가 ‘전염병 퇴치’에서 ‘만성질환 관리’로 바뀐 것입니다. 따라서 질병치료에 있어서도 공격적이 아닌, 환자 개인의 상태를 고려한 보존적인 치료가 필요한 시대가 됐습니다.

임상에서 환자들의 얘기를 가만히 듣다보면, 요즘엔 의사들뿐만 아니라 환자 자신들도 각종 검사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혈압계나 혈당체크기, 기타 진단이나 검사수치에 이상이 발견되면 너무도 쉽게 약물이나 수술 등의 적극적인 치료를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어떤 훌륭한 병원치료든 부작용의 위험은 항상 존재합니다.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나 부작용은 말할 필요도 없고 각종 항생제의 남용은 바이러스에 대한 내성을 키워서 결과적으로는 인체의 면역력을 떨어뜨리게 됩니다.

미국 뉴욕대 의대 대니얼 오프리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만성질환 관리에 있어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는 게 최고의 치료법이 될 수도 있다(Doing nothing is the best medicine)”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현재 건강문제가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낮추고 있지 않다면 지켜보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 이를 치료를 위한 ‘임상 관성(clinical inertia)’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근에 미국의사협회저널(JAMA)에 실린 논문에서도 당뇨, 고 콜레스테롤, 고혈압 등의 경우 혈당이나 혈압을 무리하게 낮추면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임상실험 결과를 들면서 “일반적인 치료의 가이드라인이 숫자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치료 쪽으로 기울어진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맹자(孟子)> ‘공손추(公孫丑)’에 다음과 같은 고사가 실려 있습니다.

중국 송(宋)나라에 어리석은 농부가 있었다. 모내기를 한 후 벼가 어느 정도 자랐는지 궁금해서 논에 가보니 다른 사람의 벼에 비해 제 논의 것이 덜 자란 것 같았다. 초조해하던 농부는 고민 끝에 벼를 하나하나 뽑아 올려서 키를 높여 놓았다. 그랬더니 약간 더 자란 것 같아보였다. 신이 난 농부는 피곤한 줄도 모르고 하루 종일 모든 벼를 뽑아 올렸다. 그리고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에게 자기가 한 일을 자랑했다. 그 말을 들은 가족들이 깜짝 놀라 논으로 달려가 보니 벼는 이미 하얗게 말라죽어 있었다.

‘조장(助長)’이라는 말의 유래가 된 이야기입니다.

만성질환의 경우 그저 지켜보면서 스스로 일상 생활관리만 잘 해도 개선된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수술과 약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만성질환에 있어 성급한 치료나 그에 따른 부작용이 오히려 질병을 더욱 더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 하겠습니다.

문의전화 : 031-419-1075

이동 715-1 세종타운 4층

 

 

저작권자 © 반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