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에서 개최되는 크고 작은 행사를 할때 종이로 만든 꽃바구니를 직접 제작해 무상으로 제공하는 꽃바구니 사랑 전도사가 있다.

안산시자원봉사센터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길례 (66·사진) 회원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꽃바구니를 수년간 이웃에게 선물하고 있어 이미 유명해진 안산 시민이기도 하다. 그를 만나기 위해 방문한 원곡1동 자택에는 수만 송이의 종이 꽃들이 집안을 온통 뒤덮고 있었다.

한 회원의 집 구석구석에는 종이꽃 제작을 위한 기본 재료인 꽃 종이, 꽃 테이프, 꽃바구니, 철사 등은 물론이며 천으로 만든 꽃까지 수만 송이의 가지각색 꽃들이 꽃망울을 머금은 채 새로운 탄생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금은 유명해진 그가 꽃을 왜 접기 시작했는지 궁금해졌다.

“1984년 무일푼으로 안산에 살기 시작하면서 남편과 함께 조그만 노점상을 시작했습니다. 1994년경 보성상가 지하에서 종이로 만든 장미꽃을 들고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너무 예쁜 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저는 만들어진 꽃을구해서 조심스럽게 풀어보면서 꽃 접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꽃 접는 방법을 직접 배운적은 한 번도 없다는 한 회원은 그렇게 꽃 접기를 시작해 지금은 10여가지 꽃으로 응용해 접을 수 있는 꽃 접기의 달인이 됐다. 그가 접을 수 있는 꽃은 장미, 카네이션, 무궁화, 코스모스, 해바라기, 국화 등 10여가지에 이른다.

그는 꽃바구니 뿐만 아니라 해마다 설날이 되면 자신과 함께 주민센터에서 공부하는 회원 100여명, 그리고 봉사활동을 나가고 있는 노인병원 등에 양말을 담은 선물을 하고 있었다.

“저도 어느덧 세배를 받을 나이가 되어 해마다 설날이면 새해 인사를 받았습니다. 새해 인사를 받으면서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세뱃돈을 주고 싶어졌습니다. 사실 세뱃돈이라는 것이 큰 돈을 받아서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양말과 편지봉투에 담은 천원, 또는 만원, 그리고 100원짜리 동전을 함께 포장해 세뱃돈 대용으로 주고 있습니다”

올해 설날에도 어김없이 그는 양말을 포장했다. 포장된 양말과 함께 들어있는 편지봉투 겉면에는 깨알같은 글씨로 좋은글이 적혀있었다. 특이할 만 한것은 봉투 겉면에 쓰인 글이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는 것. 100여장이 넘는 편지봉투에는 한 회원이 직접 손으로 쓴 글귀가 빼곡히 적혀있었다.

“양말은 작은 선물의 표현이고 지폐와 함께 든 100원짜리는 받는 사람들이 세상을 둥글게 살았으면 하는 저의 소망이 담겨있습니다”

지금은 노인요양병원을 찾아다니면서 봉사활동을 하고 원곡동 주민센터에서 풍물패 활동과 사물놀이를 하며 취미활동도 하는 등 행복하게 살고 있으나 그의 젊은 시절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고 한다.

전남 담양 출신인 그는 무일푼으로 안산에 이사와 1남5녀를 교육시키기 위해 1년 365일, 하루도 쉬지않고 일을 해야 했다. 특히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지고 다녀야 했던 그는 어깨 인대가 파열되기도 했다는 사연을 말하며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렇게 힘들게 20여년을 일한 그는 61세가 되는 해에 장사를 접었다. 자녀들의 교육과 결혼도 다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의 자녀들은 잘자랐고 특히 하나 뿐인 아들은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후 원주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약사 며느리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어 그의 자랑꺼리다.

“봉사는 제 삶에 보람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꽃바구니나 작은 선물을 전달하면 제가 더 행복해집니다. 세상을 살아보니 나잇값을 하는 것은 결국 돈을 써야 한다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대로 나잇값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 장 선 기자 now482@banwo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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