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총리가 3.1절 기념일에 골프를 쳤다는 한국의 지도층이 어떤 사고방식과 생활태도를 갖고 있는지를 여실히 나타난다. 게다가 철도파업 첫날이어서 30분씩 추위에 떨어야 했던 시민들은, 다음날에도 만원 지하철에 지친 몸을 맡긴 채 고된 생활에 쫓겨야만 했다.
이해찬 총리는 1일 오전 10시경 부산 기장군 ‘아시아드 컨트리클럽’에서 S철강 대표와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예정자 등 지역 상공인들과 2개조로 나눠 골프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는 이날 아침 일찍 항공편으로 부산으로 내려갔으며,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3·1절 기념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 총리는 지난해 식목일에 강원도 고성, 양양 지역에 대형 산불이 발생한 상황에서 골프를 치다 중단한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은 데 대해 공식 사과했다.
당시 이 총리는 대정부질문에 출석, ‘식목일 골프’ 문제에 대해 “식목일에 골프를 친 것에 대해 이 자리를 빌려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말하고 “안이한 판단을 했기 때문에 걱정을 끼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를 드리며, 이런 일이 다시없도록 근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1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한번 휴일 골프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일반 국민들이 3.1절을 그냥 휴일로 알고 지낸다 하더라도 국정의 책임을 지고 있는 사회의 지도층이라면 당연히 순국선열들의 뜻을 제대로 살리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부족한 점이 있다면 국정운영에 반영하는 시간을 갖아야 한다. 하다못해 3.1운동에 참여한 독립지사의 후손 가운데 현재 어렵게 살고 있는 이들을 찾아가 위로하고 대책을 세워줘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휴일이니까, 3.1절 기념식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니까 골프나 치자는 식이었으니 나라꼴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하루에 6시간씩 골프를 치는 이 총리는 하루에 6시간씩 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또한, ‘이 총리 삼진아웃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식목일 골프’ 논란이 퍼졌을 당시 “근신하겠다”는 말을 국민들은 속아주는 셈 치고 믿어주었고, 두 번째인 이번 ‘3.1절 골프’ 논란도 “어쩔 수 없이 불려 나간 것이다”고 말하면서 상황만 모면하겠다는 식이기 때문이다.
분명 골프는 사업상 필요한 경우도 많다. 그리고 골프는 분명한 여가활동이고 취미이기 때문에 건강에 필요한 경우에는 권하기도 한다. 다만 언제나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필드에 나가 수십만원씩 쓰면서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에는 지극히 인색하다는 점이다. 언제가야 우리 사회의 풍토가 바뀔지 알 수 없지만, 남을 배려하고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려는 생활태도와 사회적 여건이 저절로 만들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일반 국민처럼 그냥 쉬는 날로 생각하고 골프장에 가거나 온갖 다른 방식으로 휴일을 즐긴 지도층이 의외로 많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어떤 관료가 골프장에 간 것이나 등산을 한 것이나 뭐가 다르냐며 항변하거나 사건 직후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이 총리 주변인들은 그들의 도덕적 기준이 어느 수준에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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