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대한민국 사법부 – 안녕한가?

12·3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진 지 1년이 흘렀다. 그날의 충격은 여전히 생생하다. 특검을 통해 드러나는 진실들은 그야말로 혀를 내두르게 한다. 그러나 그 혼란에 관여한 이들 가운데 아직 단 한 명도 법적 처벌을 받은 이가 없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것이 정치권뿐만 아니라 사법의 테두리 안에서도 이토록 공허한 것인가. 다수의 국민이 대한민국의 법치에 대해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지금 사법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사법부는 연일 정치·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제 우리는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사법부는 안녕한가?

사법부 개혁 논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지난 1년을 거치며 국민적 요구가 거세진 것은 사법부가 자초한 바가 크다.

내란을 심판해야 하는 역사적 과제 앞에서 흐지부지 1년을 보낸 사법부는 두 가지 측면에서 폐착에 이르렀다. 첫째로 법 적용의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다. 지귀연 재판부는 윤석열의 구속 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 풀어주었고,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재명 선거법 사건을 전례 없는 속도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파기환송하며 논란을 샀다. 둘째로 법원의 권위를 스스로 내려놓았다. 윤석열 탄핵 국면에서 서부지법 폭동 사건이 일어났을 때 대법원은 침묵했으며, 지귀연 재판부는 법정을 희화화하는 변호사들을 통제하지 못했고, 급기야 일부 변호사들이 유튜브에서 특정 판사를 조롱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원칙을 무너뜨렸기에 신뢰를 잃었고, 엄중히 해야 할 순간을 가벼이 했기에 권위를 잃었다. 그것을 지켜봐 온 국민들은 이제 “정말 사법부가 달라져야 한다”는 절박한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있다.

법도 상식에서 기인한다.

조희대 대법원 체제는 내란 사태 관련 재판과 영장심사, 고위 인사 사건 처리 과정에서 국민 정서와 괴리감을 키워왔다. 재판 독립을 강조하는 사법부의 입장이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다. 대법원과 법관회의는 국민의 의구심 어린 시선에 둔감하고, 국민적 신뢰 회복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귀를 닫고 있다.

국민은 법정이 ‘엄정한 정의의 상징’이기를 바란다. 돈과 권력만 있으면 당당한 면죄부를 주는 비리의 장이 아닌, 원칙에 따른 공정과 정의로운 상식이 자리하는 최후의 보루이길 바란다. 그렇기에 국민은 “법원이 정말 우리 공동체의 정의를 수호할 의지가 있는가”라고 묻고 있다.

내란 재판의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1996년 3월 내란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은 그해 8월, 5개월 만에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 형사소송 절차가 30년 전보다 훨씬 정교해졌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사법부가 내란이라는 중대 사건을 다루는 형국은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왜 이렇게까지 느리고, 왜 이렇게까지 관대하며,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이제는 국민 대다수가 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쌓이고 쌓인 끝에 급기야 여당에서 내건 ‘내란 전담 재판부’ 설치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다수 국민은 이것을 정치적 보여주기나 이슈몰이로 보지 않는다. 이것은 “더는 사법부를 믿기 어렵다”는 국민적 불신의 표출이며, 책임 있는 자들에게 하루빨리 책임을 물어달라는 국민적 절규에 가깝다.

한국 현대사에서 사법부는 때로 권력의 압박 속에서도 부당한 권력에 맞서왔다. 헌법과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심장부 역할을 하며 근엄한 지위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지금의 사법부는 그 자리를 스스로 흔들고 있다. 조희대의 사법부는 자신들이 어떻게 하든 ‘관습적 존중’을 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마치 사법부의 독립이 침해당한 듯이 판을 뒤집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더 이상 국민은 어리석지 않다. 사법부에 대한 존중도, 사법부의 독립도 투명한 원칙, 공정한 과정, 상식적 정의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을 때만 지켜지는 것이다.

사법부의 개혁은 이제 회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그 시작점은 법 개정을 비롯한 외부의 제도 개선에 있지 않다. 그 시작점은 바로 사법부 내부의 성찰과 자성에 있다. 원칙을 지키는 용기, 국민 앞에 겸허한 태도, 그리고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진정성을 내포한 자성이 그 시작점이다.

재판의 독립은 불가침의 특권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스스로 무너뜨린 원칙과 권위를 바로 세워 국민의 신뢰와 존중을 회복할 때, 비로소 재판의 독립, 사법부의 독립은 존중될 수 있다.

사법부가 흔들리는 순간, 국가의 모든 시스템이 흔들리고 공동체의 존속마저 위협받는다. 그래서 국민은 묻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사법부여,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이제 사법부는 묻는 국민에게 답해야 한다.

그리고 그 답은 말이 아니라 자성과 자정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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