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곡의 역사 굽어보던 은행나무와 야생화의 섬, 풍도"

교통 불편과 물 부족, 방치된 해안가 쓰레기...안산시가 풀어야 할 숙제

 

 

대부도 방머리 선착장에서 뱃길로 1시간 30.

그곳에 안산시가 품은 아름다운 섬 풍도가 있다.

후망산(176m) 곳곳에 봄볕 사이로 야생화가 기지개 켜고 산기슭에 노니는 흑염소들이 동화 속 풍경처럼 올망졸망 모여 있는 곳.

풍도의 봄은 혼자만 알고 싶을 만큼 아름다웠다.

반월신문 취재진은 인구 120여 명의 풍도에서, 민영일 어촌계장을 만나보았다. 마도로스의 사나이처럼 건강하게 그을린 구릿빛 피부의 그는 서글서글한 웃음으로 우리를 반겨 주었다.

취재진은 민영일 계장과 함께 안산시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을 묻고 답하는 시간 속에서, 풍도를 향한 애틋하고 각별한 풍도 주민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풍도를 아직 모르고 있던 시민들에게 풍도를 알리고, 이 섬을 더 아름답게 가꾸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기 위해 이 코너를 마련했다.


민영일 풍도 어촌계장
민영일 풍도 어촌계장

 

 

Q 민영일 어촌 계장님의 소개를 부탁드린다

1954년생이다. 객지에서 생활하다가 풍도에 온 지 10년이 되었다. 어촌계장을 맡은 지는 3년이다.

어촌계장은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풍도에 필요한 사항을 시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슬하에 두 아들은 인천에서 거주하고 있다. 풍도에서의 삶이 즐거워 평생 풍도에 머무를 생각이다.

 

 

Q 풍도 주민들의 인구와 생업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풍도에서 부속 섬인 육도까지 관리한다. 풍도(본도) 인구는 120명이다. 부속 섬인 육도에는 40여 명, 160여 명이 살고 있다. 가구 수는 풍도가 63세대, 육도가 30여 세대이다.

주민들은 거의 어업에 종사한다. 맨손어업(낙지나 조개 채취)에 종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촌계에서는 미역과 다시마를 양식하기도 한다.

어르신들은 나물을 캐고 관광객들에게 나누어 팔아 부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Q 풍도에 오는 관광객들이 얼마나 되는가?

풍도로 들어오는 관광객이 꽤 많았다.

이 섬에서 가장 가까운 육지는 충남 당진이다. 배로 약 30분 거리이다. 협약을 맺어 충남 당진 산길리에서 유람선이 두 척이 하루 1회 이상 왕복한다. 300여 명 승선이 가능한 규모이다. 많을 때는 하루에 1000여명이 올 때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인천에서 출발,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을 경유, 풍도로 들어오는 배가 하루 1회 운행된다. 인천과 안산에서 들어오는 관광객도 제법 많은 편이다.

그러나 지금은 코로나 여파로 관광객이 많이 줄었다.

 

 

Q 코로나 여파로 모두가 힘들다. 풍도는 어떤가?

일단 관광객의 발길이 많이 줄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전에는 풍도 특산물을 팔아 주민들의 가계 사정에 도움이 됐는데 지금은 그것도 여의치 않다. 속히 코로나가 끝나기만을 바란다.

풍도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만끽하려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언제나 환영하는 마음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코로나19가 섬에 유입될 염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관광객 스스로가 방역지침을 잘 이행하고, 건강 상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풍도를 아끼는 마음으로 관광객들에게 드리는 부탁이다.

 

 

Q 주민들의 가계경제와 관련 안산시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어르신 일거리가 가장 큰 문제이다.

희망일자리 사업이 활성화 되어 주민들 소득 증대가 되는데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현재 관광객이 많이 줄어 수입이 다소 줄었다. 나물을 팔아 용돈벌이를 하시던 어르신들도 요새는 힘든 사정이다.

안산시에서 풍도의 이런 사정까지 헤아려 살뜰히 챙겨주시길 당부드린다.

 

 

Q 풍도의 관광 포인트는?

봄이 오면 풍도에 야생화 많이 핀다. 후망산에 조성된 둘레길을 따라 걷다 보면 아기자기한 야생화를 볼 수 있다. 노루귀, 복수초, 꿩의 바람꽃 등 6가지 정도의 야생화가 있다.

여름부터 가을까지는 바위 낚시를 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온다. 서해의 다른 섬들에 비해 수심이 깊어 광어, 우럭, 노래미 등의 생선이 많이 잡힌다. 무슨 테마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인기이다.

섬의 서북 방면으로 걷다 보면 탁 트인 바다가 시원하게 눈에 들어오는 바위로 이뤄진 언덕 북배’(섬의 이정표에는 붉배라고 표기되어있다)가 있다. 바위 사이로 잔디로 이뤄진 공간도 있어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소문을 듣고 많이 찾아온다.

 

 

Q 캠핑오는 사람들이 많아 생기는 문제는 없는가?

풍도가 좋아서 오는 사람들을 환영하지만, 쓰레기 투기나 자연 훼손 문제를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사람들이 캠핑을 즐기는 북배에는 화장실이 없다. 아무 곳에나 볼일을 보는 사람들로 주민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야영시 식사를 위해 취사하고 쓰레기를 제대로 정리하지 않는 것도 문제이다. 그 쓰레기를 치우는 것은 결국 다 주민들의 몫이다. 풍도의 주민들이 대다수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이다. 그 많은 쓰레기를 치우는 것이 너무 힘들다.

또한, 야생화를 함부로 채취해가는 사람들도 많아 주민들의 마음을 슬프게 한다.

 

 

Q 숙박시설은 잘 준비되어 있나?

어촌체험마을이있다. 2층 건물인데 2층은 객실, 1층은 식사하는 곳이다. 식사는 어머니 시골 밥상처럼 나온다. 요즘엔 이곳에서 식사한 관광객들이 음식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한다. 어촌체험 프로그램이 아직 많지는 않아 방법을 이에 대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어촌체험마을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운영하는 민박과 패션이 있다. 미리 예약이 가능하다.

 

 

Q 응급 환자 발생 시 대처 방법이 궁금하다

2018년도 보건지소가 건립되었다. 약제까지 조제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분이 한 분 계셔서 주민들을 돌봐주고 있다. 큰 병은 인천으로 나가서 진료해야만 한다.

 

 

Q 여객선 운항이 적은 편이다. 불편함은 없나?

지금은 하루에 한 번 배가 들어오고 나가지만, 하절기, 낮이 길어지는 5월부터 9월까지 토요일 일요일은 하루 2회 배가 운영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도 주말만 2회 운영하는 것이지 평일에는 1회이다. 풍도로 들어오는 대부해운의 선박이 작고 느려 주민들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해누리호는 차량을 5~6대만 실을 수 있다. 선착순이라 주민들이 새벽부터 나와있을 때도 있다.

 

 

Q 풍도의 환경 문제가 있다면?

섬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수거하는 문제이다. 시에서 해안가 쓰레기를 일정량만 가지고 간다. 그리고 자루에 꼭 넣어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어장에 쓰이는 스티로폼은 직경 1미터에서 1.5미터 정도로 자루에 넣기가 어렵다. 자루에 넣지 못하니 가져가지 않는다. 그래서 방치가 되어있는 실정이다.

 

 

Q 섬에 젊은 사람들은 없나?

거의 없다. 풍도에 있는 한국전력 내연발전소에 근무하는 젊은 사람들만 몇몇 있다.

섬에 하나 있던 대남초등학교 풍도분교에는 올해 졸업을 끝으로 더이상 학생이 없다. 1933년에 문을 연, 오랜 역사를 지닌 학교이다. 아쉬움이 매우 크다.

올해까지 휴교 상태를 유지하고 연말에 교육청에서 향후 어떻게 활용할지 계획할 예정이다.

어촌계에서 임대해서 운영할 의사가 있다고 교육청에 의견을 전했다. 주민들을 위해 유용하게 쓰인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Q 풍도 주민들이 겪는 불편 사항, 가감 없이 이야기 해달라

풍도는 행정구역상 안산에 속해 있다. 따라서 안산시 조례에 따른다. 그러나 섬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안산시 조례를 일괄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주민들이 겪는 문제들도 있다. 그래서 인천광역시 웅진군의 탄력적인 운영 방안을 더 선호하는 게 사실이다.

또한 풍도의 기반시설이 미약하다. 둘레길까지 가는 도로가 비포장이다. 비가 오면 흙탕물이 되어 걷기 불편한 곳도 많다.

또한 지하수에 자꾸 짠 물이 유입되어 정수가 잘 안 된다. 그래서 물이 귀하다. 물 공급을 낮에만 한다. 주민들은 이것을 알고 미리 샤워를 한다. 외지인들은 이것을 잘 모른다.

어촌체험 마을만 물탱크 시설이 있다. 민박집은 탱크 시설이 필요하지만 그런 시설은 아직 준비가 안 되었다. 주민들뿐만 아니라 관광객을 편히 모시기 위해서라도 이 점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

 

후망산 둘레길 기슭에 피어난 야생화 ‘노루귀’
후망산 둘레길 기슭에 피어난 야생화 ‘노루귀’

 


 

풍도의 역사적 의미

1894년 풍도 앞바다에서 발발한 풍도해전이 청일전쟁의 도화선이 되었다. ‘청일전쟁이라는 이름만 보면, 우리나라를 두고 탐욕에 눈먼 두 나라가 싸운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 민족의 비극도 서려 있다.

풍도해전을 시발점으로 일어난 청일전쟁에서, 일본의 강요에 의해 맺은 조약으로 조선 정부가 일본군에 협조했다. 한편, 평양에 있는 지방군은 청나라에게 협조해야만 했다. 결국 같은 민족끼리 칼을 겨눈 것이다. 고통스럽고 슬픈 역사이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의 한 부분이다.

중국 역사 교과서와 일본 역사 교과서에서는 풍도해전을 상당히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한국에서는, 고등학교 때 배우는 동아시아사에서 청일전쟁의 첫 번째 전투로 풍도해전이 짧게 나온다.

풍도 해안은 서해안의 다른 섬들과 달리 조수와 상관없이 항상 수심이 깊어 큰 배들이 정박하기 좋다. 한 마디로 풍도는 서해의 군사 요충지이다.

서해에서 청나라의 고승호를 침몰시킨 도고 헤이하치로 해군 제독이 청일전쟁을 치르고 다시 러일전쟁을 일으킨 후, 동해해전에서 러시아 발틱 함대를 무찔렀다. 그 후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동해에서는 독도, 서해에서는 풍도를 차지해야 한다(경기관광공사 자료 일부 인용)

 

 

안산에서 풍도 오는 법

풍도행 정기 여객선은 11회 운항(대부해운)되고 있다. 여객선은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오전 930분에 출항해 대부도 방아머리항 여객선터미널(오전 1030)을 거쳐 낮 12시경 풍도에 입항한다. 여객선 정원은 93명이며, 차량은 5대에서 6대까지 실을 수 있다.

풍도에서 육지로 나오는 배는 매일 1회 운항하며, 홀수일에는 낮 1230, 짝수일에는 낮 12시에 출항한다. 여객선 운항 시간은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니, 반드시 대부해운(http://www.daebuhw.com)의 운항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민영일 어촌계장이 추천한 풍도의 자랑, ‘북배(이정표에는 ‘붉배’라고 표기되어 있다)‘.캠핑을 즐기고 떠난 사람 가운데 쓰레기를 함부로 버린 사람도 있어, 성숙한 시민 의식과 개선방안이 요구된다.
민영일 어촌계장이 추천한 풍도의 자랑, ‘북배(이정표에는 ‘붉배’라고 표기되어 있다)‘.캠핑을 즐기고 떠난 사람 가운데 쓰레기를 함부로 버린 사람도 있어, 성숙한 시민 의식과 개선방안이 요구된다.

 


사진 이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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