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안산시내 학교 급식으로 유통되어 보람을 느낍니다"

인류는 1차 산업을 시작으로 발전했다. 1차 산업에서 생산해낸 재료들을 가공 및 에너지화해 생산하는 2차 산업을 이뤄냈고 이후 이를 유통, 서비스 등의 형태로 제공하는 3차 산업 개념까지 이륙했다. 어느덧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사실 5차 산업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있는 마당에 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어불성설이지만 확실한 것은 점차 빠른 속도로 사회는 변화하고 산업형태도 발전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변화하는 산업에 발맞춰 따라가려고 한다. 사회의 변화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다. 몇 년 전부터는 초등학교에서 컴퓨터 시간에 코딩을 배운다는 기사를 접한 적 있다. 불과 10~15년 전 컴퓨터 켜는 법과 한글, 워드를 배우던 세대와는 또 달라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발 빠르게 사회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정작 중요한 것은 빠트리고 있다. 바로 1차 산업이다. 앞선 산업에 적응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1차 산업에 소홀해진 것이다.

매년 농가에는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아울러 전반적인 환경 또한 기피할 수밖에 없어지고 있다. 2017년부터 농가부채는 하늘 무서운지 모르고 치솟고 있다. 인건비 상승에 따라 농업에 투입되는 자본의 양은 비대해졌지만 생산물의 가격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올 10월에는 수입산 양파를 농협에 유통하다 적발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새마을운동 이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단 한번도 받지 못한 우리나라 농정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번 기획은 전국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ASF(아프리카돼지열병)로 피해를 입었을 우리 지역의 돼지 농가의 고충을 살펴보자는 취지에서 살펴보았다. 그러나 지난 해 안산에 딱 하나 남아있던 돼지농가가 사라져 고민에 빠졌다. 그러던 중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추수 시즌을 맞이해 조명되지 못하고 있는 안산 지역 농민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발상으로 전환됐다.

취재방향을 변경하고 알음알음 물어 대부도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박철홍씨를 소개받을 수 있었다.

박철홍씨를 만나기 위해 대부도로 향했다. 안산 내 취재를 다니면서 편도기준 15~20분 이상 운전을 하던 날이 거의 없었는데 대부도는 무려 1시간이나 걸렸다. 대부도에 입성하고 메타세콰이어 길을 지나 비포장도로에 진입했다, 그것도 심각하게 흔들리는 비포장도로, 처음 느끼는 흔들림에 당황했지만 바로 갈피를 잡고 박철홍씨가 벼를 베고 있는 논으로 이동했다.

현장에 도착하니 박철홍씨는 집채만한 콤바인기를 운전하면서 누워있는 벼들을 베어내고 있었다. 벼를 베어내는 모습이 마치 입대하기 전 긴 머리를 잘라내는 모습과 겹쳐 보이기도 했다.

벼를 한 탕 베고서 곡물을 담아낼 곡물통을 기다리며 인터뷰가 진행됐다.

 

 

 

 

 

 

 

 

 

 

Q. 추수를 하는 계절이다. 2020년 올 한해 어떠셨는가?

 

A. 농사를 지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한 해였다고 생각이 든다. 사실 농업은 코로나19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장마였다. 50일이 넘어가는 긴 장마에 일조량은 줄어들어 평소만큼 벼가 자라지 않았다. 같은 평수에 같은 양을 심었지만 작년 수확량에 70% 정도 수확했으면 선방했다고들 하고 있다. 적게는 작년의 절반, 50%밖에 수확하지 못한 농민도 있다. 벼 또한 완전히 여물지 않고 다 쓰러졌다. (벼를 가르치며)벼에 아직 초록 기운이 남아 있다. 햇빛을 받지 못해 벼가 자라지 못한 것이다. 아울러 바람 등의 영향으로 벼가 쓰러지면 수확이 어렵고 심각하면 폐기처분 한다.

▲ 인터뷰를 위해 박철홍씨가 벼를 베고 있는 논으로 이동했다. 현장에 도착하니 박철홍씨는 집채만한 콤바인기를 운전하면서 누워있는 벼들을 베어내고 있었다.

Q. 재해보험이 있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A. 대부도 영전마을 몇몇 지역은 벼농사를 지어도 보험에 가입시켜주지 않는다 해수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재해보험에 가입되지 않아 있고 당연하지만 혜택도 받을 수 없다. 내수면이 아닌 일반 논은 300평이 넘어야 가입이 된다. 논이 작은 사람들은 애초에 보험 가입이 되지 않는다. 다른 지역의 논 같은 경우는 1000평을 우습게 넘어가지만 대부도의 경우 300평 채 되지 않는 논이 많다. 아직까지도 옛날방식의 다랭이논(계곡이나 구릉지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계단식의 작은 논)이 많다. 그리고 조건이 맞아 보험에 가입하더라도 보상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Q. 자연재해에 취약한 업종이다. 논.밭 직불제가 실효성이 있나?

 

A. 직불제덕분에 생계에 도움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결국 농사짓는 사람들 도와준다고 하더라도 “있는 사람들이 더 가져가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도에도 놀고 있는 논·밭이 있다. 평수로만 보면 적은 양이 아니다.

이렇게 실제로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땅을 가지고만 있어도 직불제로 보상을 받는다. 정작 실제 농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것들이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부터는 조금 더 엄격해 졌다고는 하는데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다.

 

Q. 대부도 농민들이 가장 힘든 것은 뭐가 있을까요?

 

A. 대부도 농민들이 지금 가장 힘든게 안산시에 소속되어 있는 것이다. 최근 대부면으로 바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게 맞는 것 같다. 지금 대부도가 안산시에 포함이 되면서 모든 부분에서 안산시랑 똑같이 적용을 받고 있다. 여러 측면에서 대부도 시골동네랑 안산시랑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는데 책임은 똑같이 지라고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그리고 근본적인 불안감도 있다. 대부분의 농민들이 농어촌공사에서 가지고 있는 땅을 빌려서 농사를 짓고 있다. 대부도 관광개발 등 매년 누구네 집 땅은 이제 없어진다는 이야기가 주민들 사이에서 오간다. 언제 농사짓는 땅이 개발될지 모르니 불안함이 있다. 대부도 관광 사업이 커지는 것이 시 입장에서는 좋을지 몰라도 농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또 농어촌공사에서 쌀농사 말고 다른 농사 하면 지원금을 더 주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샤인머스캣으로 많이 넘어갔다. 요령이 있으면 넘어가는 것도 괜찮지만 평생 쌀농사 지어온 사람들한테 다른 농사 지으라고 하면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Q. 농협 이외의 판로가 안산에 형성이 되어 있나요?

 

A. 그래도 농협에서 사주니까 도움이 많이 된다. 그리고 안산시에서도 농협이랑 함께 업무를 체결해서 안산시에 소속된 학교 급식으로 우리 쌀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음에 뿌듯하고 그것을 우리 학생들이 먹을 생각에 더욱 뿌듯하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해주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다른 지역도 똑같겠지만 이곳 농민들 나이가 전반적으로 많은 편이다. 직거래를 하고 싶어도 인터넷에서 뭘 어떻게 해서 팔아야 하는지 잘 모른다. 아울러 안산시에는 쌀을 도정할 수 있는 정미소가 하나도 없다. 모든 농민들이 화성시로 넘어가 쌀을 도정하기 때문에 배송문제부터 쉬운 부분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Q. 대부도에 농민 추세, 줄어들고 있나 늘어나고 있나?

 

A. 전국이 다 같겠지만 우리 지역도 농민이 줄어들고 있다. 누가 요즘 농사 지으려고 하는가, 불안정하고 힘든 직업이다. 그래도 대부도 지역에는 청년농부들이 조금씩 유입되려고 하는 것 같기는 한데도 증가하는 수 보다 줄어드는 수가 더 많다. 그래도 우리 마을에는 청년들이 조금씩 들어오는 움직임도 보인다. 참 재미있는게 마을청년들은 대부도를 떠나고 있는데 도시의 청년들이 대부도에 들어와서 농사를 지으려고 한다. 취업난이다 뭐다, 여기나 저기나 청년들 어려운건 똑같은 모양이다.

 

▲ 조금이라도 실수할까 벼에서 쌀이 분해되 떨어지는 것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박철홍씨 콤바인기에서 곡물통으로 이동하는 쌀을 바라보며 올 한해 농사를 지었던 시간들을 되돌아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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