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중 시인
꽃이었다
불현듯 스치는 향기였다
약간의 립스틱 위로 지나간 입술에
분홍 꽃 피더니, 여자의 향기가 났다
단골 미용실에서 처음 마주한 예순의 여자였다
나는 사진을 찍어 주며
꽃무늬 원피스보다 고운 여인이라 생각했다
거친 살결에 박힌 흔적들을 보며
입가에 핀 접시꽃과
맑은 눈의 촉촉한 바다를 느꼈는데
그 여자와 사진 속 여인을 보면서
포즈며 옷매무새에 대해 말을 건네곤 한
짧은 시간 속으로 누나가 떠올랐다
어릴 적, 연유도 모른 시절에 상경한 누나 같이
코스모스를 좋아하던 누나 같이 여자보다 여인보다
참나리꽃 같은 누나라고 불러주고 싶다고 생각하였다
사람 사는 일이 다 인연이라고
장거리 운전을 하며 보는 풍경이라고
굳이 어떤 일을 하느냐고 묻지 않았다.
반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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