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시인

 

인천의 여객터미널ㅡ 백령도 임지로 떠나는

신혼의 부사관은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야 한다

아쉬운 작별의 순간은 뱃고동 소리에 묻힌

여인이 흘리는 눈물이 바다를 이룬다.

건강히 잘 다녀오시라는 그 말이 마지막

말일 줄을 어찌 알았겠습니까.

당신은 전사 통지를 받고 혼절해 있는 나

에게 꿈속에서 속삭였습니다.

나는 죽었지만 서해의 수호신이 되어

조국을 지킬 테니 복중 아기를 건강하게

잘 키워달라고 했지요

너무 슬프고 짧았던 신혼이었지만 당신의

분신이 19살 청년이 되어 아버지가 지키는

바다로 떠나갔습니다.

서해를 지키겠다고 자원입대해서 빨간

명찰 팔각 모자를 쓰고 백령도로 가는 배를

타고 갔습니다.

저는 당신을 닮은 아들에게 의지하며 남은

생을 다 마치고 당신에게로 가렵니다.

또다시 부부의 연이 되는 우리의 다음 생은

이렇게 슬프고 아프지 않는 그런 생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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