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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 자세김종성 수필가·시인
반월신문 | 승인 2020.09.16 13:20

  M₁소총을 받아들고 첫 번째로 느낀 게 무엇이냐. “되게 무겁네.”였다. 내가 들어보았던 물건 중에서 이렇게까지 팔에 매달렸던 것이 있었나? 쌀 닷 말이라면 두 손으로 가슴까지 들어 올린 다음 다시 힘을 추슬러 어깨 위에 얹는 것이야 예상하고 각오한 무게지만, 이렇게 처음부터 낯설게 팔을 긴장시키는 것은 이 물건이 처음이다. “총은 사단장이 와서 달란다고 해도 주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총은 나의 제2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총에 따라온 이 첫 마디는 애인은 버릴 수 있어도 총은 버릴 수 없다는 말로도 들렸다. 그러나 총의 무게가 주는 중량감은, 이 물건을 들고 돌격하여 적과 부딪쳤을 때, 존 웨인이 소총을 작대기처럼 돌리듯 그렇게 휘두르며 어떻게 막고 차고 찌르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찔러총’ 구령을 불러 모두 왼발을 내딛고 총을 앞으로 내뻗은 자세를 시켜 놓고 조교는 훈련병 사이를 오가며 틀린 자세를 고쳐주는데, 10초도 있지 않아 왼팔은 2시 지난 괘종시계의 분침처럼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다. 깔 베고 벼 베고 보리 베고 도리깨질 자리개질 할 때도 팔이 이렇게 지탱 못하도록 힘을 못 쓰지는 않았다. 그러나 칼꽂이에 帶劍(대검) 꽂고 백병전을 할 때를 준비해 지금 정확한 자세 익히는 것을 ‘총 무겁다’고 불평할 수 있으랴.

  총은 이렇게 쏘아야 할 때가 있고 저렇게 쏘아야 할 경우가 있으니, 그 훈련이 바로 'Preliminary Rifle Instruction'이다. 다른 훈련은 다 우리말로 표현하면서 사격술 훈련만은 왜 ‘P. R. I.’ 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엎드려쏴, 앉아쏴, 쪼그려쏴, 무릎쏴, 서서쏴, 입사호쏴, 대공자세쏴. 내가 훈련소에서 배운 사격 자세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이 자세만큼은 힘이 하나도 들지 않는다 하는 것이 없다. 대공자세쏴는 누운 자세에서 머리를 땅에 대지 않고 드는 것이 온몸을 힘들게 한다. 참호에서 사격을 하다가 위치를 왼쪽으로 옮기려 할 때는 오른쪽으로 몸을 돌렸다가 숙여 왼쪽으로 가라고 한 조교의 말이 잊히지 않는다. 그렇게 해야 적군이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내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데 어느 사격 자세라 해도 결국은 전신의 힘과 각이 분산되지 않고 총에 모아지도록 된 것은 다 같다.

  눈 밝은 사람은 방에 떨어진 바늘도 잘 찾아내고 어두운 길도 잘 찾아가지만 나는 하찮은 것만 눈에 띈다. 인도가 반은 보행로이고 반은 자전거 길임을 나타내는 표지판이 2년도 넘게 거꾸로 걸려 있어, 이 표지판은 이렇게 걸려 있는 게 맞는 거냐고 전화를 걸었다. 그런가 하면 아는 것이 없어, 말과 당나귀를 구별하지 못해 말을 당나귀라 하고 노새를 망아지라고 망발하니, 이 어리석음을 고치려면 어리석음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수밖에는 없다.

  버스 정류소의 유리벽에 붙어 있는 ‘弘道(홍도)’의 그림을 보면서, 나는 이 그림이 과연 이치에 맞느냐 하는 의문에 사로잡힌다. 이치에 맞지 않다면 그러함에도 ‘弘道’의 그림에 대한 가치와 평가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광화문 광장에 서 있는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칼을 오른손에 쥐고 있어 이는 ‘降將(항장)’의 자세라는 지적이 다 쓸데없는 평가였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자, 이 그림을 보라. 지금 활을 당긴 射手(사수)가 시위에 건 화살의 위치와 시위가 꺾인 위치를 보라. 활은 이미 가득 당겨졌는데 오늬가 걸린 자리에서 시위의 각이 이루어져야 마땅함에도 그것이 일치를 이루지 않고 있다. 시위는 다른 장소에서 굽혀져 있다. 시위를 당긴 손가락을 보자. 시위는 갈고리처럼 구부린 검지와 장지의 두 손가락의 안쪽에 걸린 것도 아니고, 구부린 검지와 엄지 사이에 쥐여져 있는 것도 아니고, 검지와 장지 사이에 끼워져 있다.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에 시위를 끼우고 당길 수 있는 장사는 동서고금은 물론이고 그리스 신화의 아폴론이라 해도 불가능할 것이다. 몸의 자세는 어떤가. 엉덩이를 뒤로 빼고 왼다리를 곧게 펴 앞으로 뻗치고 오른쪽 뒷무릎을 굽힌 이 後屈姿勢(후굴자세)는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 사격자세인가. 내가 몸을 그렇게 하고 시위를 당긴다 해보니 전신의 힘이 전혀 활에 실리지가 않는다. 이 그림이 공모전에 응모된 작품이라면 묘사가 허술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하여 낙선의 가능성도 없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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