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작은 밥한끼다. 늘 있는 아무것도 아닌 한 번의 식사자리. 접대가 아닌 선의의 대접. 돌아가면 될 수도 있는, 그날 따라 내가 안냈을 뿐인 술값. 바로 그 밥 한 그릇이, 술 한 잔의 신세가, 다음 만남을 단칼에 거절하는 것을 거절한 다. 인사는 안면이 되고 인맥이 된다. 내가 낮을 때 인맥은 힘이지만, 어느 순간 약점이 되고, 더 올라서면 치부다. 첫 발에서 빼야한다. 첫 시작에서, 마지막에서 빼내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최근 시즌2가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비밀의 숲’. 시즌1에 서 필자가 기억하고 있는 명대사다. 극에서 검사장 자리에 있는 주인공은 부정의 숲에서 그것을 감추고자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는 자였다. 그랬던 그가 극의 후반에 갈수록 자 신이 부정의 숲을 처단하고자 한다. 권력 뒤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부정의 숲. 그 중심에 있던 주인공이 그 숲을 파괴 하고자 결심을 하는 순간, 그때 그가 말한다. 밥한끼. 모든 시작은 밥한끼다. 며칠 전 의뢰인의 경찰 조사에 동석했다. 필자 보다 먼저 경찰서에 도착한 의뢰인이 1층 휴게실에서 조사 전 마음을 가다듬고 있을 터였다. 그런데 의뢰인을 고발한, 의뢰인과 갈등관계 있는 당사자와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 경찰서 입구에 들어섰다. 의뢰인은 생각했을 것이다. 여기에 왜 왔을까. 왜 하필 내가 조사를 받기 직전에 여길 왔을까. 그런데 그 사람은 의뢰인과 눈을 마주친 후 보란 듯이 경찰 서 수사과장실로 들어간다. 시간을 두고 수사과장실을 나온 사람은, 얼굴에 은은한 미소를 띄고 자리를 뜬다. 그 순간 느꼈을 불쾌함, 불안함, 무엇가 이유모를 찝찝함. 이것을 이상하게 느꼈다면, 과민반응이라 말할 수 있을까. 늘 있는 아무것도 아닌 한 번의 그 자리. 우리는 그 자리 를 의심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세상은 그 자리에서의 엄격함을 요구한다. 그러나 그 엄격함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에 대한 신뢰는 낮다. 그래서 그것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에도 죄의식이 없다. 왜, 누구나 다 그렇게 하니까. 아는 사람의 전화 한통으로 편의를 봐주는 일. 누군가가 찾아와 인사를 건네고 차 한잔 마셨을 뿐인 일. 좋은게 좋은거라 지나친 그 일. “모든 시작은 밥한끼다.”라는 말은 우리 세상에 서 일어나는 참 많은 일을 담고 있다. 변호사로서 사건을 진행하다보면, 소위 ‘손을 탄 사건’을 마주하는 일은 놀랍지 않은 일이다. 사건 당사자가 유명인 이거나 권력과 맞닿아 있는 누군가라면, 나도 모르게 그 뒤에 있을지 모를 어떠한 힘을 생각해 보기도 한다. 통상과 다른 이례적인 절차나 결과가 있을 때도 혹시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 비밀의 숲 속에서 뚜렷한 길이 보이지 않을 때, 그때 느끼는 무력감, 좌절감, 박탈감. 모두에게 익숙한 그 감정을 느꼈을, 우리 모두가 그 밥한 끼의 피해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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