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입니까

수필가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원장

 

 딸이 음식점에서 알바를 하더니 엄마는 그러지 말라며 세 가지 부탁을 했다. 직원에게 반말 하지 말고 문 닫는 시간에 일어나지 말 것, 직원을 불러 놓고 메뉴를 정하지 말것. 반말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 첫 번째 부탁은 자신 있었지만 다른 부탁은 살짝 찔렸다. 폐점 전에 일어나는 손님의 배려를 해 본 적이 있던가 싶었고 무조건 직원을 불러놓곤 메뉴를 골랐던 모습이 떠올랐던거다. 딸들은 이렇게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알려주기도 하고 잘못 알고 있던 것들을 제대로 짚어주기도 한다. 솔직히 처음에는 잔소리를 듣는 것 같은 불쾌한 기분이 들기도 했는데 가만히 되새겨 보면 다 맞는 말이었 다. 그래서 지금은 어떤 말이든 귀담 아 듣는다.  《90년생이 온다》(임홍택 글, 웨일 북)는 딸 관찰기 혹은 딸에게 좋은 세 상 만들기의 다른 표현이었다. 글쓴이의 ‘내가 이제는 새로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연스 럽게 새로운 세대를 맞이하며 공존의 길을 찾자는 그 마음이 바로 내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90년생의 특징은 ‘간단하거나 재미있거나 정직하거나’다. 그들은 길고 복 잡한 것을 싫어하고 삶의 목적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삶의 유희를 추구한다. 정치, 사회, 경제 모든 분야에서 완 전무결한 정직을 요구하므로 당연히 혈연, 지연, 학연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동안 딸들에게 물들었는지 아니면 삶의 때가 묻은게 부끄러웠는지 이들의 특징에 마음이 간다. 끼니를 때우기 위해 먹는 게 아니라 무엇을 먹어서 즐거울지가 중요한 삶, 정직함과 신뢰를 시스템화 시키는 것, 참 좋다. 부동산 실제 거래 가격을 알려주는 어플을 설치해 보니 그동안 허위매물에 휘둘렸다는 걸 알겠다.   나는 거의 매일같이 출근 시간인 8시 30분에 딱 맞춰 출근하는 사원에 게 최소 10분은 일찍 오는 것이 예의 라고 했더니 그 직원이 했다는 대답에 빵 터졌다. “빨리 온다고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닌데 제가 왜 정해진 시간 보다 일찍 와야 하나요? 10분 전에 오는 것이 예의면 퇴근 10분 전에 컴퓨터 끄고 게이트 앞에 대기해도 되나요?” 나 역시 상사가 퇴근하길 기다리며 하염없이 책상 앞에 앉아 있었고 야근하는 직원에게 무조건 높은 평가를 주는 회사 분위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럼에도 지금 반대의 입장에 서니 출근은 조금 일찍 와서 준비하는 게 좋다는 생각을 한다. 책 속의 직장인 꼰대 체크 리스트에 의하면 영락없 는 꼰대인 셈이다. 앞으로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주류 로 부상하게 될 90년 이후에 출생한 세대. 전략을 만드는 것도 사람이고, 그 전략을 실행하는 것도 사람이므로 결국 이들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지의 여부에 따라 비즈니스의 성패가 달려 있다.  중국의 마윈은 “젊은 세대를 믿는 것이야말로 미래를 믿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종 인사 제도를 통해 소통과 수평적인 문화를 장려했다. 신세대들에 대한 비판이 있었을 때도 진짜 문제는 기성 세대라며 무한 한 신뢰를 보냈고 덕분에 알리바바는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딸들에게 지난 경험을 꺼내 줄 시 간에 함께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 진상 손님이나 호갱 이 되지 않는 길은 그들의 말을 가슴 에 새기는 일이므로 90년생이 있어서 꼰대의 길에서 멀어지는 이 삶이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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