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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깨달음황영주의 책으로 들여다보는 세상
반월신문 | 승인 2020.08.26 14:13
수필가 한우리독서토론논술 황영주 원장

 

예전 직장에서 비정규직은 청소하는 아주머니 한 분이었다. 맡은 일은 다르지만 같은 회사에서 일한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왜 비정규직인가. 그 아주머니가 오기 전에 일했던 분이 성실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만두게 하는데 애를 먹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정확히 말하면 그 분은 비정규직이 아니었다. 용역회사에 소속되어 우리 회사에 파견된 이방인 아닌 이방인 이었던거다.

우리 회사 입장에선 최선의 선택이었다. 어차피 나갈 돈을 용역 회사에 지불하면 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 달라고 요구하면 되는 시스템. 신경쓸게 아무 것도 없는 조건이었다.

나는 인사담당자라서 그 조건이 거슬렸다. 월급명세서를 보곤 기가 막혔다. 용역회사는 매달 교육 및 관리 명 목으로 전체 금액의 30%에 가까운 금액을 공제하고 있었다. 새로운 직장에 파견될 때만 소개비 명목으로 지불하는게 아니라 다니는 동안 늘 부담하는 금액이니 결국 중간에 선 용역회사만 배를 불리는 시스템이었다.

전임자가 일을 못했다는게 후임자에게 그런 식으로 영향을 미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매일 얼굴을 보는 아주머니의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자신이 어떤 과정을 통해 우리 회사의 정규직이 됐는지 알게 된 그 분이 어떻게 일을 했는지는 굳이 설명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쪽의 풍경은 환한가》(심보선 글, 문학동네)에는 글쓴이가 풀고 있는 세 가지 수수께끼가 담겼다. 그는 늘 영혼과 예술 그리고 공동체라는 인 생의 화두를 붙잡고 살고 있다. 알려 해도 알 수 없지만 알고 싶은 마음을 그칠 수 없다는 그는 그래서 글을 쓴 다고 했다. 여전히 기적을 소망하면서. 시인이면서 사회학자인 그가 관심을 갖고 지켜본 곳은 우리 곁에 있지만 쉽게 눈에 띄지 않던 곳이다. 어쩌 면 불편해서 일부러 피했던 곳인지도 모른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늘 있 는 비무장지대, 노동자들이 철탑과 다리에 매달린채 고공 농성을 벌이는 현장, 지금은 흔적조차 남지 않은 용산 그리고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세월호까지. 그는 고공 농성 노동자들에게 트위터를 통해 소설, 시, 개인적인 메시지를 녹음하여 육성으로 들려주는 ‘소리 연대’를 제안했다. 이 기획의 참여자 들은 자신들이 평소에 쓰거나 읽은 글 속의 등장인물들, 일상적 인물들에 노 동자들을 연결시켰다.

그는 이 텍스트 가 육성으로 낭독되는 순간 다시금 피 드백이 되어 낭독자들의 현실을 바꾸 는 걸 확인했다. 어떤 참여자는 “요즘 계속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하다. 고공 농성자 분들을 위한 소리연대에 메시지 녹음을 보낸 후로 내가 매일 보고 느끼고 행동하던 것들이 너무 벅차고 괜히 계속 죄송스러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그 참여자는 이를 두고 ‘부끄러운 깨달음’이라고 했단다. 부끄러운 깨달음. 글쓴이는 이 후유증이 공감으로 나아간다고 했다. 나와 다른 사람의 거리를 아프게 확인하는 동시에 그것을 소멸시키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표현되는 그게 진정한 공감 이라는 말이다.

내가 청소하는 아주머 니에게 느꼈던 그 감정은 부끄러움이 었다. 사람 사이의 높낮이를 없애고 거리를 좁히는 일에 게으르지 않기를 바란다. 그 쪽의 풍경도 환한걸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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