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교육지원청 삼일초교 조리사

 

 

아침에 뉴스를 보고 가슴이 아팠다. 순간 턱밑까지 물이 밀려와 몸만 간신히 피신해 와 있다는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는 소식에 가슴이 미어졌다. 

혼이 빠진 수재민의 이야기에 듣고 있자니 어이가 없는 하루였다.

역대 최장기50일의 장마가 시간당 100mm, 하루800mm,이상강우량의 물 폭탄을 맞은 것이다.
40명 사망, 9명 실종,7800여명의 거대 이재민을 남겼고 인명, 재산상 막대한 피해를 봤다고 한다. 일시적 메꿈이 아닌 항구적 대책이 꼭 필요한 시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우리네 주머닛돈(세금) 절감 하는 일이 아닐까? 자식 같은 마음으로 키워 온 소, 돼지, 닭들은 어쩌라고? 물속에서 하루 잠겨 있다가, 지붕위에서 하루 견디다가, 구조원들 도움으로 구사일생한 소, 물살을 견디고 쌍둥이 새끼를 낳았다는 희소식에 자식 나아 본 사람으로서 눈시울을 젖게 만든다. 농부의 딸인지라 늘 맞이하는 장마의 여운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대나무 숲이 병풍처럼 에워 쌓여있고 집 앞으로는 벼농사가 한창 자라고 있는 한적한 농가 한 채가 우리 친정집이다. 

옆으로는 길게 동네에서 흐르는 큰 둑이 있었는데 그 때만 해도 논두렁이 정리가 안 된 상태라서 장마철마다 보모님은 늘 초 기장을 해야 했고 동네에서 먼저 찾아와 안부를 묻고 걱정 해 주셨다. 동네에서 내려오는 온갖 오물들, 축사에서 떠밀려 내려오는 동물들, 한참 농사절정기인지라 수박 ,참외, 과일들은 기본 품목이었고 눈뜨고 볼 수 없는 광경들,  떠 밀려오는 소, 돼지 사체도 많이 보고 자랐다. 

물 폭풍을 한참동안 쳐다보면 휘몰아치는 듯 한 어지러움 증을 유발한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무섭다고 말하면서도 신기한 모습을 자꾸 쳐다보며 그때 우리는 그것을 물귀신이라고도 말했다. 그래서 물에 빠진 사람은 절대로 잡아서도 안 된다 고도 말했다. 물건뿐이 아닌 농심의 슬픔까지도 떠내려 오는듯한 아픔이었지 않나 싶다. 그럴 때 마다 동네에서는 합심하여 복구하고 또 다시 일구고 그것이 일상적인 일과였었다.

올해에는 설상가상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들어하는 시점에 장마, 태풍 의 삼중고를 겪게 되었다. 복구에 혼신을 다 해도 모자란 상황에 4대강에 대한 왈가왈부? 이게 할 짓인가 싶다.

천재지변에 누구를 탓한들 누구한테 득이 된단 말인가? 말하는 입만 아플 뿐이다. 하느님, 부처님께 올리는 기도도 아닌가 보다. 민, 관이 팔 걷고 합심하여 우선이 복구인거 같다. 모자란 곳은 채워주고, 보듬어주고, 절실한 시간이다. 잘, 잘못을 논하는 것은 그 다음이라도 늦지 않으리. 그 당시 우리 시골동네 당진에선 그랬었다.

함께 땀 흘려 복구했고, 음식 한상 차려 놓고 고생한 분들에게 마음 위로를 드렸다. 긴 장마가 끝나고 나면 폭염으로, 열대야로 더 힘들어진다고 한다. 지친 이들에게 시원한 물과, 쾌적한 환경, 위생건강이 시급할거 같다.

물론 정신적, 심리적으로 허약해진 이들에게 상담과 치료도 꼭 동행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갑자기 동두천 범람으로 함께했던 봉사활동이 또 떠오른다.

처음엔 엄두도 못 냈던 매몰더미를 함께하는 힘을 모으니 깨끗한 마을을 만들어 낸다는 걸 그 때 배웠고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잊지 못할 그 길은 내게 봉사정신을 느끼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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