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순이 넘어가도록 비가 그칠 줄을 모르고 내리고 있다. 올 여름은 덥고 습한 것에서 더운 것은 제대로 느끼지도 못하고 습한 여름만 계속되고 있다. 연일 집중 호우 이야기가 뉴스를 장식하고 있고, 전라도 지방에서는 많은 피해가 있다고 한다.
물이라는 것은 참 신기한 것이다. 그것은 생명수이기도 하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모든 것을 앗아가는 수마(水魔)이기도 한 것이다.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비 피해가 있기 몇 주 전에는 한참 중국의 싼샤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돌았었다. 중국에 잇다른 집중호우로 인해 세계최대의 댐인 싼샤댐이 무너질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였다. 결국 많은 피해를 남기기는 했지만 그래도 최대 방류까지 하면서 큰 위기는 넘긴 것 같다.
고대로부터 중국은 치수(治水)에 역점을 두었다. 중국 첫 왕조인 하(夏)의 우왕(禹王)은 홍수를 잘 다스린 공로로 권력을 잡았다. 은(殷)·주(周)로 왕조가 바뀌면서도 수시로 범람하는 황하를 다스리는 문제는 통치자의 평가를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문제였다. 우리에게 진시황으로 유명한 진(秦)나라 역시 치수를 통해 다른 경쟁국들보다 우월한 경제력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군사력을 배양해 그것을 바탕으로 중국을 통일하게 될 정도였다.
반면에 수(隋)나라는 어떠한가? 불과 2대만에 망하게 된 수나라는 우리의 고구려에 침공을 일삼다가 을지문덕 장군의 수공(水攻)에 대패하여 돌아간 중국의 왕조다. 더구나, 대운하 건설의 무리한 추진의 여파로 중국 역사에서도 손꼽는 단명왕조가 되고 말았다. 물론, 대운하 건설 자체가 잘못된 일은 아니었지만, ‘무리한 추진’과 ‘지도층의 부패’가 함께 있었기에 이 일은 실패한 일로 기록되기에 이른다. 비록 한자는 틀리지만, 수나라가 살수대첩의 수공(水攻)과 수로(水路)건설의 실패로 망했다는 사실은 뭔지 모를 아이러니함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그렇게 국가가 흥하고 망하는 일을 좌지우지할 만큼 물이라는 것의 힘은 큰 것이다. 위에서 말한 을지문덕의 이야기도 그렇지만, 이 국가와 민족을 구한 사람에서 제일 손꼽히는 이순신은 또 어떠한가? 그는 그야말로 수신(水神)의 경지가 아니던가?
지구의 70%가 물이기에 인류의 역사는 물과는 뗄레야 뗄 수가 없는 것이다. 그 물을 잘 다루고 이용할 수 있다면 그 국가와 민족은 곧 번영의 길로 가는 것이다. 그것이 빗물이 되었건, 강이 되었건, 바다가 되었건 말이다.
지금의 대한민국도 치수가 큰 이슈인 것은 자명하다. 한강에만 해도 소양강댐, 충주댐 등등 유명한 댐들이 많이 버티고 있으며, 전직 대통령이 추진했던 4대강 사업도 유명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그 치수사업들의 옳고 그름을 논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노력이 있었다는 것은 그 위정자(爲政者)들이 물을 다루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우치고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오늘도 강물은 흐르고, 바다는 넘실거린다. 물은 우리에게 위험하기도 하지만 없어서는 절대 안 되는 필수적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항상 고정되지 않는 모습의 물이기에 그 다룸에 있어서 우리는 언제나 어려움을 겪어왔다. 가두면 가두었다고 욕을 먹어야 하고, 풀어두면 풀어두었다고 욕을 먹는 것이 바로 치수다. 최근에는 그 물을 다루는 것과는 관계없이 그저 좌우로 대립하느라 이 물이라는 테마를 정치적으로 써먹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이 즈음에서 우리의 곁을 돌아보자. 우리는 너무 가두거나 너무 풀어놓고 있지 않은지. 그래서, 소통이 단절되거나 절제하지 못한 채 지내고 있지는 않은 지 말이다. 지금 우리의 정치와 경제, 사회는 댐이나 보의 물이 갇혀 있는 것처럼 너무 막혀 있고, 일부는 브레이크 없이 마구잡이로 추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치수라는 것은 어쩌면 그 물 자체보다도 그 흐름을 어떻게 유도하느냐가 관건이다. 말 그대로 물 흐르듯 흘러가는 흐름. 우리의 삶도 결국 그러하지 않을까?

신현승 자유기고가
저작권자 © 반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