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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갈 친구. 누구 없소? ‘소상팔경도’
반월신문 | 승인 2020.07.15 11:08
김영희 안산환경미술협회이사

소상팔경이란 중국 동정호의 남쪽 영통 부근에서 소수와 상수가 만나는 곳으로,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관 중 하나로 유명하다. 이를 소재로 삼아 고려 시대부터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소상팔경도가 그려졌는데, 특히 안견과 그를 추종하는 화가들이 이상적 산수를 형상화하기 위해 즐겨 그린 것으로 전해진다.

안견의 소상팔경도는 소상팔경을 여덟 폭으로 나누어 그린 그림이며, 화첩의 형태로 꾸며진 수묵화이다. 특히 조선 초기의 여러 그림 중, 시와 그림이 특출나게 어우러진다는 평가를 받는 산수화이다.

처음으로 나타나는 네 폭의 제목은 ‘산시청람’, ‘연사모종’, ‘소상야우’, ‘원포귀범’이다. 이들은 각각 푸른 기운이 도는 산간마을 풍경, 안개 낀 산사의 늦은 저녁 종소리, 소상강에 밤비 내리는 풍경, 먼바다에서 포구로 돌아오는 배를 그린 그림이다.

나머지 네 폭의 제목은 ‘평사낙안’, ‘동정추월’, ‘어촌낙조’, ‘강천모설’이다. 즉 강가 모래밭에 내려앉는 기러기, 동정호에 비치는 가을 달 풍경, 저녁노을 비치는 어촌, 해 질 녘 강가 산야에 내린 눈을 표현한 그림이다.

소상팔경도의 특징은 화폭마다 한쪽 끝으로 치우치게 무게감을 설정한 구도로, 독립적이면서도 다른 화폭과 서로 연관을 갖게끔 배치되어 있다. 이러한 유기적인 구성은 8폭의 다양한 경치를 하나로 묶어내며, 개별적이면서도 종합적인 관람을 가능케 한다.

이를테면 ‘산시청람’과 ‘연사모종’의 두 폭을 같이 바라보면 대칭 구조를 관찰할 수 있는데, 마주한 산세가 중심이 되어 안정감이 생겨난다. 산간마을과 산사의 경치가 안개로 가려지는 공간에는 먹이 담백하게 번지도록 하여, 시원하고 넓은 공간감을 느낄 수 있게 표현했다. 마치 도가적 명상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다른 폭들 역시 같은 방식으로 대구와 균형을 이룬다. 이는 점층적으로 확장되어 결국 여덟 폭의 그림이 하나의 작품으로 조화를 이루며 통일감을 선사한다.

소상팔경도는 주로 해가 지는 저녁부터의 시공간을 그려낸 그림이다. 길었던 일과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는 때다. 소상팔경도의 넓게 펼쳐진 여백은, 마음에 호젓한 여유를 준다. 기러기의 모습에 은은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고, 흩뿌려지는 비바람 가운데 적막한 분위기는 시적인 운치를 더해준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이 있다. 빠르게 흐르는 현대에 사는 우리에게는 잠시 멈출 수 있는 시간이, 느림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여백이 필요하다. 하루를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 소상팔경도의 한적함을 멍하니 바라보며 날카롭게 날이 선 몸을 이완시켜보면 어떨까? 여덟 폭의 풍광 속을 거닐다 보면 스르르 잠에 빠지리라. 소상팔경의 신비한 기운을 얻어서 아침 햇살에 평화로이 잠에서 깨리라. 오늘 밤 꿈속에서 가 보련다. 산시청람에서 강천모설까지. 같이 갈 친구. 누구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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