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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고요한 곳에 가만히 내려가 나를 바라보네 – 몽유도원도
반월신문 | 승인 2020.07.01 11:18
안산환경미술협회 이사 김영희

1147년 4월 20일 밤, 안평대군은 신비한 꿈을 꾸었다. 박팽년과 함께 말을 타고 골짜기에서 서성이고 있었는데, 오솔길의 갈림길에서 촌로가 가야 할 방향을 일러준다.

겹겹이 둘러싸인 기암괴석을 지나자, 펼쳐지는 풍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사방에는 만발한 복숭아꽃이 장관을 이뤘으며, 주변에는 운무가 서려 신비하기 짝이 없었다.

신선의 거처인 양 대나무 숲 속의 초가집 싸리나무 문은 반쯤 열려있고, 앞 시내에는 조각배가 평화로이 떠 있었다.

잠에서 깬 안평대군은 꿈에서 본 장소가 무릉도원이란 걸 직감했다. 다음날 그는 즉시 안견을 불러들였다. 그리고는 꿈 이야기를 들려주며 이를 그림으로 그려줄 것을 청한다.

집으로 돌아온 안견은 사흘 밤낮을 지새운 끝에 그림을 완성했다. 매죽헌에서 그림을 펼쳐 본 안평대군은 너무도 흡족한 마음에 바로 제서를 붙인다.

그 유명한 ‘몽유도원도’가 이름을 얻게 된 순간이다.

안평대군은 물론, 박팽년, 신숙주, 김종서 등 20여 명이 몽유도원도에 바치는 찬사를 친필로 적었다. 이는 당대를 주름잡던 이들이 참여한 종합예술로, 그림과 글이 어울려 하나의 작품을 이루는 ‘서화 합벽’이라 일컬어진다.

이러한 연유로 몽유도원도는 문학사와 서예사에도 발자취를 남겼고, 산수화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쳐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그림 중 하나로 여겨진다.

이러한 몽유도원도의 흐름은 왼쪽 아래부터 오른쪽으로 위로 옮겨 가는 형태이다. 통상적인 화법과 완전히 반대로 진행되는 독창적인 구성이다. 도입 부분은 현실, 가운데의 기암괴석은 경계를 상징하며, 끝 부분은 상상의 세계인 무릉도원으로 구성되어 서로 잘 어우러지고 있다. 한편, 좌측은 일상의 마을을 정면에서 바라본 구도인데, 우측은 복숭아꽃이 흐드러진 언덕을 내려다본 모습이다.

이렇게 시점을 달리하여 현실과 꿈을 대비시키며, 지상낙원에 대한 도가적 관념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냈다.

꿈결 같은 이야기만 듣고도 실존하는 경치처럼 절묘하게 표현된 몽유도원도.

어쩌면 안견이 오랫동안 꿈꿔왔던 이상향이, 때마침 안평대군의 이야기를 빌어서 표현된 것은 아닐까? 화가는 그림에 몰입하는 순간, 스스로가 곧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때문이다.

두 예술가뿐 아니라, 오늘날 복잡하고 빠르게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저마다의 낙원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할 수 있는 미학이... 몽유도원도를 지그시 바라보며, 동시에 나의 내면을 지그시 바라보게 된다. 삶의 희망과 약동하는 의지, 그리고 어렴풋하지만 또렷하기도 한 꿈...

‘이 세상 어느 곳을 도원으로 꿈꾸었나. 은자들의 옷차림새 아직도 눈에 선하구나. 그림으로 그려놓고 보니 이 얼마나 좋은가.

이대로 수 쳔년을 전해지면 오죽 좋겠는가.’. 치지정에서 꿈꾸는 듯한 눈으로 시를 써내려가는 그의 자태가, 달빛 아래 아스라이 비쳐들 것 같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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