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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니면 돼
반월신문 | 승인 2020.06.24 11:51

2011년에 일본의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핵발전소 사고는 충격이었다. 체르노빌 사고를 다룬 책을 읽고 핵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었지만 지리적인 거리감도 있고 오래 전 일이라 크게 실감나진 않았다. 그런데 뉴스를 통해 지켜본 후쿠시마의 사고는 거리가 가까운 만큼 오싹하게 다가왔던 거다.

알고 보니 정작 걱정해야 할 나라는 중국이었다. 냉각수가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중국 내륙이 아닌 해안가에 핵발전소가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데 문제는 우리나라의 서해안과 아주 가깝다는 거다. 이미 가동 중인 발전소와 짓고 있는 발전소를 합하면 모두 50여 기가 우리 코앞에 있는 셈이다.

그럼 우리는 안전한가. 2011년까지 무려 600번이 넘는 크고 작은 사고가 있었다. 지금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홈페이지에는 부품이 오래 되어 고장 났다는 보고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10대와 통하는 탈핵 이야기》(최열 외, 철수와영희)를 읽고 관심을 기울이니 평소에는 대충 넘겼던 핵 관련 기사가 예사롭지 않게 닿는다.

핵발전소의 역사는 길지 않다. 핵 물질을 평화적으로 이용하려는 목적으로 1954년에 처음 구소련에 세워졌으니까 이제 60년이 지났을 뿐이다. 그때 사람들은 무한 에너지라고 좋아했다. 우리나라의 핵발전소는 1978년에 가동을 시작한 이후 근대화를 이루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 인간의 수명은 길어야 100년이다. 핵발전소의 수명은 40년 안팎이다. 반면에 핵폐기물은 10만 년을 간다. 한 세대를 30년으로 볼 때 3000세대의 후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약 40년 동안 전기를 공급받기 위해서 이 위험한 물질을 수천 세대에 걸쳐 남겨 주는 게 과연 바람직한가. 단순히 과학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의 문제인 거다.

그리고 핵발전소의 경제성을 따질 때 핵폐기물의 처리 비용은 넣지 않는다. 수명이 다했을 때 원상태로 돌려놓는 데 필요한 비용도 당연히 포함시켜야 하는데 말이다. 특히 핵발전소 시스템은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 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해당 지역에서 생계를 꾸려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다. 우리 삶의 터전인 땅과 하늘, 강물과 바다도 망가진다. 우리는 이미 자연재해와 인재가 피해가기 어렵다는 것을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를 통해 실감하지 않았나.

하지만 무턱대고 반대할 수는 없다. 핵발전소가 멈추면 전기료 폭탄을 맞을 수 있다. 태양열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우리나라의 여건에 적절치 않다는 말도 맞다. 다만 핵발전소를 지을 수 있는 기술이면 재생 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할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힘이 있다는 걸 믿고 싶은 거다.

이 책을 쓴 전문가들은 에너지 문제를 넘어서 우리 삶의 모습을 바꾸는 데 집중하자고 했다. 사람이 살기 위해선 물, 식량, 에너지가 핵심인데 도시의 삶은 어느 것 하나 자립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 이제 주변의 누군가를 희생시켜서 지탱하는 삶은 그만 두어야 한다.

탈핵은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양심의 문제라는 말에 뜨끔하다. 지역이나 국가를 넘어 모두가 같은 공간에서 살고 있다는 공존의 개념으로 세상을 봐야겠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은 굉장히 이기적이라는 걸 배운다. 가뭇없이 사라지는 삶이라고 내가 앉은 자리를 함부로 망가뜨리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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