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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의 발자취를 좇다 - 금강전도
반월신문 | 승인 2020.06.17 11:48
안산환경미술협회 김영희 이사

여러 이름을 가진 산이 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봄은 금강산, 여름은 봉래산, 가을은 풍악산, 겨울은 개골산이라 불리는 산이다. 우리는 이를 통칭하여 금강산이라 부른다. 또한, 조선 시대에는 중국 사신들이 꼭 방문하고 싶어 했던 것으로 알려진 명산이기도 하다.

정선(1676~1759)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키워드가 ‘금강산’이다. 그의 생전에는 금강산 열풍이 대단했고, 여행객들은 벅찬 감동을 잊지 않고자 금강산 그림을 찾았다. 산의 경치가 눈 앞에 펼쳐지는 듯했던 정선의 그림은 인기가 아주 많았다. 그는 금강산만 100여 점을 그렸다.

금강은 금강산을, 전도는 전체를 그려낸 그림이라는 뜻이다. 국보 제217호인 <금강전도>는 마치 인공위성에서 내려다본 것 같이, 일만이천봉을 한 폭에 담아낸 그림이다.

정선은 남다른 산세의 금강산에 무서울 정도로 빠져들었다. 금강산을 평생의 모티브로 삼아 금강산을 가장 잘 그려낼 방안을 떠올려 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정선은 그간 사생해왔던 화첩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멀리 보이던 금강산 산봉우리들이 선명하게 비쳐든다. 두 손으로 감싼 꽃송이 같은 구도가 떠올라 화선지를 넓게 펼친다. 오랜 시간 동안 탐구해왔던 주역의 음양조화가 그림으로 체현될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그림의 오른쪽은 수직으로 쭉쭉 뻗은 산과 골짜기의 모습을, 왼쪽은 나무가 자라는 부드러운 흙산으로 대비시켜 그려나간다. 거침없이 힘찬 붓놀림으로, 자신만의 필묵법으로 펼쳐나간다. 둥근 바깥 지역은 엷은 청색으로, 나머지 여백은 운무가 아스라이 흘러나가듯 처리하여, 산 자체만 돋보이게 하였다. 바위 사이로 보이는 명승지도 잊지 않고 꼼꼼히 그려 넣는다.

정선은 그림을 지그시 바라본다. 그림 오른쪽 위에는 ‘발로 밟아서 두루두루 다녀본다 하더라도, 어찌 베갯머리에서 이 그림을 마음껏 보는 것과 같겠는가.’라는 화제를 적고, 왼쪽에는 제목과 호를 정성 들여 쓴다. 마지막으로 낙관을 굳게 눌러 찍어 그림을 완성한다. 금강산을 소재 삼아 획을 그은 지 어언 20년 만에 탄생한 작품이다. 늘 새로운 시선으로 연구하고 고집스럽게 노력하여 얻어낸 결과물, 진경산수의 걸작이 세상에 드러난 순간이다.

그는 당시 유행했던 관념산수화를 외면했다. 상상 속의 경치를 그려내기보다는, 실제 풍경에 기반한 흥취를 담아낸 진경산수화풍을 정립해냈다. 선구자로서 알을 깨고 나온 아브락사스와 같은 경지를 성취한 화가였다. 닳은 붓이 한 무덤을 이루었다고 전해지는 정선은 평생 식지 않는 열정으로 그림을 그리며, 시대를 풍미한 거장으로서 후배 화가들에게 헤아릴 수 없는 영향을 끼쳤다.

필자는 언젠가는 금강산에 오르겠다는 소망을 지니고 있다. 스케치북 하나를 옆구리에 끼고 천천히 걸음을 옮길 것이다. 깊은 산 속의 고찰과 장엄하게 굽이치는 능선, 그리고 운무가 뒤덮인 고요한 세상을 향해.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잠시 눈을 감으면 어디선가 정선의 속삭임이 실려 오지 않을까? 그의 예술 이야기가 아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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