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현 변호사

미국에서 경찰관이 흑인 남성을 강압적으로 체포하는 과정에서 흑인 남성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목격자가 그 과정을 촬영한 영상이 전 세계로 퍼졌다. 미국 전역에서 즉각 반응했다.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확산되었는데, 이번에는 시위 현장을 보도하던 CNN 기자가 방송 중 체포되는 상황이 전파를 탄다. 공교롭게도 기자 또한 흑인이다. 이것이 2020년의 현재 일어난 일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미국내 인종 차별의 민낯은 충격적이다.

인터넷상에서 또 이슈가 되는 것이 92년 미 LA에서 있었던 흑인 폭동이다. 1992년 과속운전을 한 흑인 남성을 4명의 백인 경찰관들이 과잉 진압하면서 집단으로 구타하는 일이 있었다. 그리고 그 흑인 남성을 구타했던 4명의 백인 경찰관들은 나중에 법원으로부터 모두 무죄 판결을 받게 되는데, 이를 보고 분노한 흑인들이 거리로 뛰쳐나온다. 폭동의 주 대상이 되었던 것이 한인타운이어서 우리들에게도 잘 알려진 사건이고, 당시 군필 한국 남성들이 무장을 하고 폭동에 맞섰던 것을 루프 코리안(ROOP KOREAN)이라 칭해서 더욱 회자가 된다.

그런데 1992년 있었던 이 사건을 인종 차별에 대한 ‘시위’라 하지 않고, 흑인 ‘폭동’이라 부른다. 폭력이 동원되었기 때문이다. 시위대는 거리와 상점에 불을 지르고, 무차별하게 상점을 습격하여 약탈을 일삼았다. 그 주요 공격 목표가 한인 상점이기도 했다. 공권력이 무너진 상황에서 성난 군중들이 방화, 약탈, 폭력을 일삼았고, 많은 수의 사상자를 낳았다. 그리고 2020년. 현재는 어떠할까. 미국에서 벌어지는 현재의 대규모 시위는 시위일까, 폭동일까.

우리의 촛불 시위를 이야기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시위의 모습을 보면, 방화와 약탈, 폭력이 눈에 띈다. 이것이 그 반대 진영에게는 명분을 주어 강경 진압을 정당화 시키고 있다. 시위를 마치고 길거리에 쓰레기를 정돈하는 평화로운 모습도 찾아 볼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시위대가 약탈을 일삼고, 무관한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은 매우 뼈아프다. 이를 보는 세계인들은 미국의 시위대를 어떻게 평가할까.

다수의 사람이 모였을 때 규범을 준수하고 질서를 지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의 평화적인 촛불 시위가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되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집회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와 더불어 민주적 공동체가 기능하기 위하여 불가결한 근본요소로 평가된다. 집회를 통하여 국민들이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집단적으로 표명함으로써 여론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헌법재판소 2000헌바67, 83). 이번 미국의 인종 차별에 대한 시위를 보면서, 민주사회에서 집회의 자유가 어떻게 행사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폭력이 수단이 되는 집회와 시위는 명분과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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