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그림은 우리의 시선을 고정시키지만 마력적인 그림은 우리를 그 속으로 끌고 들어가 살게 만든다. 처음 베르메르의 작품을 보았을 땐 오랜 시간을 두고 천천히 그린 평범한 그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평범하기 그지없던 작품에서 새록새록 매력이 느껴진다.

이는 마치 예쁜 여자들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는 이유로 거부했던 마르셀 프루스트와 평범한 외모를 가진 여자에게서 영감을 받았던 히치콕처럼 말이다. 네덜란드의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Johannes Vermeer 1632-1675)의 1965년 작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두고 회화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소녀라고 한다. 또 누군가는 윤곽선 없이 부드러운 색조 변화로 리모델링한 이 작품은 마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스푸마토 기법으로 그린 모나리자와 닮았다고 하여 북유럽의 모나리자라고도 한다.

작품 속의 소녀는 머리에 터번을 두른 채 진주 귀걸이를 하고 누군가를 보기 위해 왼쪽 어깨를 틀어 고개를 돌리고 있다. 큰 눈동자와 함께 입술은 유난히 붉어 연지를 바른 듯한데 윤곽이 조금 번져 있어서 탐미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개인 초상화에서 입술을 반쯤 벌린 예는 거의 없다.

레오나르도의 다른 작품에서는 그림속의 인물들이 자기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화가 쪽으로 시선을 주지 않는 반면 이 작품은 특별한 행동도 하지 않고 시선이 작가를 응시하고 있다. 또한 배경과 소품의 세밀한 묘사 역시 베르메르의 특징인데 여기에선 모두 어두운 검정색으로 칠해져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화가가 연정을 품은 여인을 그린 것이라 추측하기도 한다.

이제는 네덜란드 헤이그의 자랑이 된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트레이시 슈발리에(Tracy Chevalier)의 장편소설 (진주 귀걸이 소녀)가 같은 이름의 영화 “피터 웨버 감독이 제작, 콜린 퍼스(베르메르)와 스칼렛 요한슨(크리트, 킬리언 머피(페터)“ 로 제작 되었다.

시간 날 때 한번 찾아 보시길 바란다. 책보다는 다소 아쉬운 점도 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림의 분위기를 잘 표현해 냈다.

베르메르의 작품의 진정한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그의 화면은 조용하지만 생생하며, 움직임의 순간을 포착했지만 정지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인물이 들어가 있는 정물화라고도 한다.

이 봄이 가기 전에 마음에 드는 작품하나 찾아 시간을 두고 천천히 보며 마음의 고요를 되찾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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