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가톨릭 성인 중 한 분이신 최경환 회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랑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던 시간이었다. 최경환 회장은 우리나라에 2번째 신부인 최양업신부의 부친이다.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신부를 피의 순교자라 한다면 2대 신부였던 최양업 신부는 땀의 순교자라 하였다. 김대건 신부가 순교를 당한 반면 최양업 신부는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열심히 일하다 과로로 순직하였기 때문이다.

최경환 회장은 충청도 출신이지만 신앙의 순결성을 지키기 위해 지금의 과천이 있는 수리산 근처에 신앙의 공동체를 이루며 살았다. 수리산 공소 초대회장을 하여 사람들이 그를 회장으로 부른다.

최경환 회장은 아들을 신부를 만들기 위해 1836년 마카오로 유학을 보내고 1839년 수리산 공소 초대회장을 지내던 해에 기해박해가 발생하여 서울로 교우들 40명과 함께 압송되어 2개월 후에 모진 고문 끝에 순교를 했다. 최경환 회장은 원래 충청도 양반집이었는데 많은 교우들에게 사랑을 전하고 나누면서 재산을 다 소진하고 평범한 농민으로 살았다고 한다.

최경환 회장의 이야기 중 그가 얼마나 교우들을 사랑했는가를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그는 농사를 지으면 가장 좋은 것을 교우들에게 주었으며 가장 나쁜 것을 자신이 취했다고 한다. 그리고 성격도 원래는 괄괄하고 거칠었는데 죽을 고생을 하여 온화하고 자상한 사람으로 고쳤다고 한다.

그는 사랑을 위해 자신의 것을 아끼지 않고 나누었고 자신의 성격도 바꾼 것이다. 버릴 것은 아낌없이 버리고 나눌 것은 아낌없이 나누었다. 사랑을 소유하면 사람이 변화된다. 우선 가장 먼저 드러나는 것이 사람이 부드러워지고 온화해지며 수용성과 포용성이 커진다. 그리고 귀한 것을 아끼지 않는다. 시간, 노력, 재물, 사람 등. 최경환 회장이 그러하다.

사랑은 여러 가지로 표현된다. 그중 가장 상징적인 것이 바로 어머니가 자식에게 보내는 사랑이다. 그래서 하나님이 사람을 사랑해야 하는데 손이 모자라 어머니를 보내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어머니가 자식을 바라보는 마음은 한없이 그윽하고 깊다.

늘 자식을 경이로움으로 쳐다본다. 자식에 대해 늘 관심을 갖고 보되 항상 미소와 충만함으로 바라본다. 아기가 무엇을 원하는 지를 중심으로 본다. 불편한 것이 없는지를 중심으로 본다. 무엇을 줄 수 있는가를 중심으로 본다. 좋은 것을 발견하면 가장 먼저 아기가 생각나고, 무엇이 아기에게 좋은가를 중심으로 본다. 그것이 사랑이다. 어머나는 이것 이외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사랑은 이러하다.

사랑은 모든 인간에게 필요하다. 인간은 사랑으로 잉태되며 사랑으로 성장하고 사랑으로 생존한다. 인간의 모든 문제의 근원에는 갈애(渴愛)가 숨어있다. 그래서 출발은 항상 사랑으로 시작해야 하고 사랑으로 마무리 되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사랑이 있다고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랑이 없이 진정한 지도자가 된 사람은 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이 없이는 위인은 될 수 있으나 지도자는 될 수 없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함께 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의 공통점은 혈연과 가정으로 보여 진다. 그러나 공통점은 사랑이다. 가정의 본질이나 가족관계의 본질은 혈연처럼 보이나 사랑이기 때문이다.

자식과의 관계회복, 부부간의 관계회복 모두 혈연이 강조된다고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사랑이 회복되면 관계는 회복된다. 회복의 시작은 먼저 사랑을 주는 것이다. 아끼지 않고 주는 것이다. 이 사랑의 나눔이 공동체로 승화한다면 그것보다 바람직한 사회는 없을 것이다.

5월 가정의 달을 바라보며 우리가 먼저 선택할 것은 아끼지 말고 사랑을 나누는 것이다. 당장 그 사람을 찾아보는 것이 사랑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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