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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과 녹음
반월신문 | 승인 2020.05.07 18:05

스마트폰의 보급은 소송에서의 증거 수집을 용이하게 만들었다고 평가된다. 언제든지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전화통화를 하면서 녹음을 할 수도 있고, 문자메세지, 카카오톡 등을 통해 나누었던 대화도 그대로 저장된다. 상대방과 대화중에 녹음기가 없어도 쉽게 대화를 녹음할 수 있다. 나아가 저장된 내용을 삭제한다 하더라도, 디지털포렌식 등을 통하여 복구가 가능하다.

일부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하면 굳이 녹음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내가 하는 모든 통화가 녹음되기도 한다. 그래서 법적 분쟁이 발생하기 전에 변호사의 조언을 받지도 않은 상태에서 미리 중요한 녹음파일을 가지고 있는 당사자들이 많다. 이러한 녹취파일이 때로는 매우 중요한 증거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에 당사자에게는 큰 이익이 된다.

녹취와 관련해서 자주 하는 질문이 상대방 동의 없이 녹음을 하는 것이 불법이 아닌가에 관한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대화의 당사자로서 참여하여 녹음한 것이라면 녹음 그 자체가 위법하지는 않다. 2명이든 3명이든 내가 그 속에 끼여 있는 상태에서 대화의 일방 당사자가 되어 녹음을 하는 것은 다른 대화자의 동의가 없더라도 모두 위법하지 않다.

반면, 내가 대화의 당사자가 아니면서 타인간의 대화를 엿듣기 위해 녹취하는 것은 위법하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할 수 있는 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의 방에 몰래 녹음기를 설치해 두고 대화를 엿듣는 것, 스마트폰에 도청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해서 대화를 듣는 것 등 대화자가 아니면서 타인간의 대화를 엿듣는 것은 위법하게 된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녹음을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러한 부담은 윤리적 도덕적 관점에서 오는 부담일 수 있다. 최근 상대방의 동의 없는 녹취와 관련하여, 스마트폰의 녹음 버튼을 누르면 상대방에게 녹음 중이라는 메시지가 가도록 한다거나 동의 없는 녹음을 모두 처벌하도록 하자는 논의가 있기도 했다. 물론 현실화 되지는 않았고, 이견도 많았다.

일상에서 녹음이 필요한 경우는 매우 많다. 그중 필자가 자주 조언을 드리는 것은 매매계약이든 임대차계약이든 장래에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계약을 체결할 때 녹음을 해두라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계약을 체결하면서 상당한 내용을 상호 합의하에 구두로 부수적인 내용 등을 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국 사람의 정서가 그러한 것인지,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면서 계약이 틀어질까 염려스러운 것인지, 계약당시 구두로 오고갔던 이야기들을 모두 계약서에 기재하지 않고 구두로 합의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들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계약당시 구두로 합의된 사항들을 계약서에 명시적으로 기재하지 않았다면 이것을 계약의 내용으로 보아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소송은 결국 입증의 문제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계약당시의 대화를 녹음한 파일이 존재한다면 분쟁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물론, 녹음을 남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적법한 녹음이라도 그 사용방법에 따라 위법을 동반하게 될 수 있다는 점에 주의를 요한다.

서정현 변호사 nackboo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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