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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목사 "가정은 과정을 살리는 곳입니다"
반월신문 | 승인 2020.05.07 17:59

작년에 ‘미스터 선샤인’이라는 드라마를 재미나게 보았었다. 연속극은 일제의 침략기에 무명의 의병들이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극중에 여자 주인공의 집안이 나온다. 민족과 나라에 대한 충절은 높으나 고지식한 유교의 사상이 지배하는 집안이다.

일찍이 아버지와 어머니를 여의고 봉건적인 할아버지 밑에서 양반집 여자로 자란 여주인공은 씩씩한 사람이다. 결국 여주인공이 신학문과 나라를 위한 길을 걷자 할아버지가 은밀하게 선생을 알아본다. 사격술이 좋은 포수에게 손녀를 맡기면서 이런 말을 한다. 저렇게 자신이 생각한 길을 간다고 하니 ‘지 몸 하나는 간수해야 하지 않겠나. 잘 좀 가르쳐주게’ 그리고 모른 척 한다.

아이들과 살면서 그리고 나의 삶을 돌아보면서 확실하게 안 것이 하나있다. 사람은 압축성장이 되지 않으며 모든 사물은 불균등 성장을 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아무리 다구치고 압박해도 한 번에 성장하지 않으며 사람은 모두 다르게 성장한다는 것이다. 성장은 계절과 같다. 봄이 지나야 여름이 오고 그 다음에 가을이 가야 겨울이 온다는 것이다.

이 변화의 흐름은 건너뛰지 못하고 건너 뛸 수도 없다. 반드시 시간이 필요하다. 배우는 시간 그리고 숙성하는 시간이다. 지랄 총량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한 사람이 한 평생을 살면서 부릴 수 있는 지랄은 결국 다 부린다는 것이다. 불균등성장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나무가 같은 씨앗을 심어도 모두 다르게 자라듯이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근대는 인간을 실질적으로 만물의 영장으로 만들었다. 확실하게 모든 생물의 최고의 포식자의 위치에 있게 했다. 인간의 의지로 만물을 지배(개척,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현실로 구현한 시대가 근대이다. 인간이 신(神)에게서 독립했지만 인간이 스스로 자신을 신의 위치에 올려놓은 것이 근대이다.

인간의 권리가 제정되고 가장 모범적인 정치체제를 발명했으며 인간이 존엄한 존재임을 자각한 시대가 근대이다. 그러나 인간이 신의 위치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다른 인간을 지배할 수 도 있다는 행동을 합리화 했으며 과감하게 했다. 끝없는 생산과 소비를 위한 식민지 쟁탈과 이로 인한 8천 만 명이 죽은 양차대전이 그것이다. 모든 것이 압축이고 속도전이었다.

결과가 모든 것의 증명이고 정의였다. 이 근대의 정신이 고스란히 이식되어서 가장 근대모범의 성공을 이룬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그 결과 2차 세계대전 후 신생 독립국 중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모든 경제지표와 교육지표는 세계 최고이나 반면에 불행지표도 세계최고이다. 한마디로 역동적이다.

대한민국 근대의 정신이 노골적으로 표출된 곳이 가정이다. 봉건 유교적 전통과 군사문화가 압축적으로 녹아있는 곳이 가정이다. 모든 열심의 동기도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서 집안의 체면을 위해서 열심히 했다. 그래서 모든 이익도 집안으로 귀속되었다. 가족이 최우선이었다. 결과는 청소년 자살 1위, 노인 빈곤 1위, 소통의 단절이라는 결과이다.

가정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인류는 생존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면서 진화해 왔다. 오랜 시간에 걸쳐서 발명한 것이 있다. 바로 신뢰와 협동이다. 신뢰하면 기다리게 되어있고 결과가 논의의 주제가 아니라 과정이 논의의 주제가 된다. 그리고 서로 협동하게 되어있다. 가정은 이 인류최고이 발명품을 익히고 실습하는 것이다.

자기 몸과 생각을 어떻게 지키고 성장시켜 나갈 것인가의 지혜를 배우는 곳이 가정이다.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압축 성장은 있지도 않지만 부작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가정의 달을 맞으면서 우리 가정이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는지를 살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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