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연인에게서 소장이 날아왔다. 결혼을 전제로 만났던 남자. 남자는 여자의 집을 드나들며 생활비 명목으로 돈을 건넸다. 폭력을 휘두를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도 화해의 의미로 돈을 건네고, 여자의 이사를 앞두고도 돈을 건넸다. 그러면서 결혼을 해 같이 살자고 했단다. 그랬던 남자는 여자가 정작 살림을 합치자고 하니 연락이 뜸해졌고, 그렇게 두 사람은 멀어졌다.

소장을 받아들고 다급하게 상담을 온 의뢰인은 감정이 격해져서 쉽게 진정을 하지 못했다. 2년 동안 연락이 없던 사람이라고 했다. 그랬던 남자가 자신이 준 돈을 돌려달라며 덜컥 소송을 걸어왔으니 감정이 격해질 만도 했다.

그런데 소장을 읽어보니 금액이 제법 되는게 마음이 쓰였다. 당사자는 이렇게 소송을 하지 않고 직접 찾아와 사정을 이야기 했다면, 대출을 받아서라도 얼마라도 해줬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단 소송이 시작된 이상 다툼은 피할 수가 없다. 이런 유형의 소송은 대개 원고측, 즉 돈을 주고 돌려받고자 하는 쪽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단지 계좌를 통해서 돈이 입금되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급한 돈을 반환 받고자 한다면, 그 돈이 대여금이라는 사실을 원고가 입증해야 하는데, 헤어진 연인 사이에 차용증 같은 걸 작성했을 리가 없다. 다른 간접사실들을 통해서 건너간 돈이 반환을 전제로 한 돈이라는 걸 입증해야만 한다.

피고측에서는 일단 원고 주장을 부인하되, 돈이 오고간 이유에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야 한다. 생활비, 이사비용 등등 반환을 전제로 빌린 돈이 아니라 다른 명목으로 지급받았다고 주장하고, 그에 부합하는 증거들도 제시해야 한다.

사실 필자가 이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만해도 원고 청구를 전부 기각시키는 건 쉽지 않을 것도 같았다. 소송을 끝까지 가서 판결을 받는 것보다는 오히려 원고와 피고가 법원의 중재하에 조정을 하는 것도 좋은 해결방법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끝내 조정은 성립되지 않았다.

원고측은 지급한 돈 전액 수준으로 상당한 금액을 돌려받아야만 끝을 내겠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피고가 여기에 응할 이유는 없었다.

1심 판결은 작년에 있었다. 결과는 피고가 전부 승소를 했다. 이어서 원고가 항소를 했고, 얼마 전 원고의 항소도 기각되었다. 남자는 소송을 앞두고 여자가 소유한 부동산에 가압류를 해두는가 하면, 항소심에 이르러서는 여자 주변사람을 증인신청 했다.

헤어진 연인 사이의 돈 문제는 단지 돈 문제만이 아니어서인지, 소송이 지연되면서 여자는 감정적으로 매우 힘들어했다. 결국 남자는 돈을 돌려받지는 못하게 되었으나, 여자에게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것으로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듯하다.

서정현 변호사 nackboo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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