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잊은 이야기지만 예전에 어떤 사람이 ‘여당 아무개가 대한민국을 사회주의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오만하다’고 말했다. 왜 이렇게 말하는가 이유를 봤더니 ‘그 아무개가 주사파 이념을 실현하겠다고 해서’그리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총선 후 사회주의가 올 터이니 야당은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확신에 차있고 진지하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자고 의연한 결의를 다지는 것도 잊지 않는다.

불민한 나는 여당 아무개가 무슨 악법을 만들어 어떤 정책을 펼쳤는지 잘 모른다. 소련은 1991년 12월 소멸했다. 소련을 받쳐주었던 사회주의 이념도 수십 년 간 자본주의와 경쟁했지만 패배 후 역사 속으로 들어갔다.

진보학자인 고 리영희 교수가 생전에 한 말이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우리와 사회주의는 격조(格調)와 급(級)이 틀리다. 퇴패하고 필드에서 떠난 사회주의를 다시 불러낼 우매한 프로모터가 어디 있겠는가. 사회주의가 온다는 주장은 전염되지 못할 뿐더러 모두를 식상케 할 뿐이다.

대 선배들은 해방과 전쟁 이후 풍찬노숙으로 나라를 일으켰으며, 다수의 희생이 있었던 덕에 철옹성 독재체제가 무너졌고 민주주의 세상이 됐다. 금융위기와 외환위기, 무역위기를 단호하게 다 물리친 우리다. OECD국에다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었다.

코로나만 보자. 코로나19 진단키트 정확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많은 나라들이 격찬한다고 9시 뉴스는 연일 보도한다. 유럽과 아프리카 나라들은 허겁지겁하다가 이제 와서 한국의 방역시스템을 배우라고 소리친다.

다급해진 핀란드는 검체를 한국으로 가져와서 진단해간다. 4월 14일에 진단키트 60만개가 미국 땅으로 공수됐고 19일에는 130만개가 브라질로 날아갔다. 아메리카 대륙은 콜럼버스가 발견했지만 현재의 아메리카 대륙 코로나19는 동방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 진단키트가 발견하고 있다.

일본이 언제까지 우리 방역시스템에 ‘무시전략’으로 나올지는 또 다른 측면에서 관전 포인트다. 마스크 줄서기는 있었어도 ‘사재기’는 없다. 이것은 성숙한 신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선진 방역 시스템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무궁화 삼천리 대한민국이 언제 이래본 적 있는가.

일각에서 마스크 사려고 약국에서 줄서는 것이 러시아에서 빵 배급받는 것과 같다며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 한국에서 펼쳐지고 있다고 불평했다. 난 다른 각도에서 분석한다. 초기에 불편하게 느낀 것은 (죄송하지만) “그랬을 것이다”라는 짐작이 간다.

만약에 줄서기가 불편없이 받아들여졌더라면, 즉 익숙하게 받아들여졌더라면 그건 이미 ‘제도’ 진입이라는 증거이고 그것이야말로 일부에서 말하는 ‘사회주의 배급제도’일 것이다. 사회주의에서는 생필품 배급을 당연하고 익숙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줄서기를 ‘제도’로 만들지 아니하고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여 그 ‘현상’을 사멸시켜가는 우리 대한민국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피땀 흘려 일궈낸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DNA를 잘 보존하고 키워나가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4월 27일 현재, 그렇게 불편함을 주었던 약국앞 5부제 줄서기는 많이 완화됐다.

나는 세계보건기구에서 권고하고 모든 나라들이 사용하는 ’코로나19‘라는 명칭을 굳이 ‘우환폐렴’이라 자극하는 분들, 질본 방역활동을 ‘민간의 코로나 방역’으로 왜곡하는 그리고 총선 후 사회주의 운운하는 분들께 정중히 말한다.

위에서 말한 사실만 보더라도 한국이 사회주의 되기에는 너무 성숙하지 않았는가라고. 총선이 끝났다. 나 스스로 다짐한대로 선거 결과는 분석하지 않겠다. 현재의 코로나를 경제사회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포스트 코로나를 실거운 혜안으로 통찰하자는 말씀을 드린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사회주의로 갈 것이라는 상상력도 교정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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