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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놀라게 해요, 맞죠?
반월신문 | 승인 2020.04.29 12:58

경쾌한 음악과 아름다운 풍경 위를 사람들로 점찍으며 두 사람이 달린다. 한 사람은 사진가이자, 영화감독이자, 예술가인 88세의 아녜스 바르다. 그녀는 인디영화라는 이름이 등장하기 전부터 관습화된 영화 언어를 경계하며 새로운 연출기법을 시도한 감독이다.

나머지 한 사람은 사진 이미지를 공공 공간에 설치하는 도시 예술가이자 거리 예술가인 33세의 JR. 그는 2011년부터 지금까지 ‘인사이드 아웃 프로젝트’(세계 각지에서 인물 사진의 옥외 설치로 메시지를 표현한 작업)를 진행하고 있는 예술가다. 각자의 영역에서 창의적인 목소리를 내던 두 사람이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아녜스 바르다, JR 공동 감독)을 찍으며 프랑스 곳곳을 누비고 다닌다.

두 사람은 늦게 만났다. 늦은 만남을 아쉬워하기라도 하듯 영화는 서로를 스치듯 지나가는 장면들로 시작된다. 그들은 만나기 전부터 서로의 작품에 강한 영감을 받고 있었다. 둘이 마주친 적이 없다는 게 놀라울 정도라고 말할 정도로 말이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 시력을 잃어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는 아녜스의 몰입과 그녀를 도와 가며 자신의 예술 세계를 맘껏 펼쳐가는 JR의 열정이 좋은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을 낳았다. 그들은 즉흥적인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찾아낸 기억과 이야기를 사진으로 담아 벽에 예술품으로 남겼고, 그 과정은 메시지와 인생과 예술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 한 편으로 남았다.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다. 중간중간에 삽입된 두 감독의 유머와 아름다운 풍경과 인물을 풍경 속에 알맞게 배치한 구도가 영화를 밝게 만들어 준다. 특히, 두 사람이 이야기 나누는 뒷모습을 찍은 프레임들은 각각 한 장의 엽서다. 사진 주인공들의 반응도 무거움을 덜어내고 메시지를 따뜻하고 밝게 만드는 데 한몫 거든다.

철거를 앞둔 광산촌의 집을 마지막으로 지키고 있는 자닌은 아버지와 함께하던 시절의 추억을 들려준다. 아녜스와 JR이 집 전면에 붙여준 커다란 사진은 겪어온 인생을 잊지 않으려는 자닌의 의지를 다독인다. 광산촌 집에 붙인 사진들을 올려다보는, 한때 광부였던 사람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걸린다. 아무리 힘들었어도 곱씹어보는 순간엔 추억이 그리운 향을 내나 보다. 예술은 힘겨운 삶을 부드러운 목소리로 응원한다.

두 예술가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갖고 사진이란 예술품 속에서 의미를 입는다. 농부는 창고를 지키고 섰고, 노부부는 후손들에게 사랑 바이러스를 퍼트리며 벽면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당사자뿐만 아니라, 마른 벽면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의식 있는 농장주를 위해 뿔 달린 염소 사진으로 벽면 가득 채운 작품은 목소리가 분명하다. 합리적으로는 설명이 안 되지만 뿔을 있는 그대로 두고 기르며 손으로 젖을 짜내는 농장주는 반문한다. 사람도 싸우지 않느냐고, 다칠까 봐 뿔을 태우는 것은 염소를 존중하는 것은 아니라고. 어디를 가든 생산만 강조하는 일이 너무도 많다.

예술은 놀랍다. 염산 공장의 설치작품을 본 직원이 “예술은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이겠죠. 맞죠?”라고 묻는데, 그 질문은 예술의 의미를 대변한다.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놀랍고, 죽은 공간을 살려내는 힘도 놀랍다.

때론 기차에 붙인 눈과 발 사진으로 이곳저곳을 여행하게 하는 것도 놀랍다. 보고 즐거워하는 관람객도 놀랍고, 때론 예술가의 유연한 사고도 놀랍다. 독일 벙커에 힘들게 설치한 작품이 하루 만에 쓸려가도 연연해하지 않는다. 이미 그 과정에서 얻은 즐거움으로 충분하다는 태도를 보인다.

둘이 보여 준 케미는 성별, 나이, 영역을 뛰어넘는다. 아녜스의 통찰력은 영화의 중심을 잡고, JR의 창의성은 영화를 즐겁게 한다. ‘무리 바깥의 어린양이 무리를 이끈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흐리게 보이는 것도 좋다.’, “자네가 안 보이는데 자네가 잘 보여.” 삶에 던져 주는 아녜스의 묵직한 성찰이 깊이 온다. 메시지와 신선함을 동시에 던지는 JR의 상상력은 우리를 자극한다.

예술 영역에서 건너오는 자극들은 즐겁다. 두 거장의 통통 튀는 매력을 영화 내내 느끼며 즐거워했다. 좀 더 다가가려니, 아녜스는 작년 봄에 먼 길 떠났다. 큰 감독을 아녜스를 기억한다.

작업 예술의 세계에 취한 여운은 JR의 행보를 뒤적이며 달래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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