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개월 시한부 받은 지 한 달하고 열흘이 지났다.

이곳 영양의 아인수 워터 생수공장으로 온지도 한 달이 되었다.

자연과 벗하고 사는 것이 재미있고, 통증 없는 하루하루가 새롭고 감사하다.

오늘도 이름 모를 새소리에 잠이 깨여 싱그럽고 상큼한 새벽 공기를 온몸의 세포 속으로 들이키며 하루일과를 시작한다.

사방이 병풍처럼 산으로 둘러쳐진 영양의 일월면 오리리는 산 전체가 소나무로 가득하고 좋은 기가 엄청 나게 나온다는 칠보석이란 돌은 산의 여기저기에 지천으로 깔려 있다.

하다못해 집 앞의 조그만 개천가에도 칠보석으로 가득하다.

현저한 기온 차로 때 늦은 벚꽃이 만발하여 이제야 한껏 봄 향기에 취해 본다.

아인수 워터 생수공장 옆의 산소무덤 근처에 할미꽃은 햇빛 보기가 수줍은지 고개 숙인 모습이 겸손을 나타내는 듯 꽃 전체를 보송보송한 솜털로 장식 하고 자신의 아름다운 자태를 수수하고 고고한 모습으로 폼을 잡는다.

드문드문 피어있는 하얀 조팝꽃은 초록색 이파리와 잘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 같고, 노란 민들레꽃은 햇볕에 반사되어 물감으로는 만들 수 없는 환상적인 색깔을 보여준다.

오늘도 막내 언니는 바쁜 하루를 보낸다.

산책길에 언니는 또 소리를 지른다.

“막내야 여기 하얀 민들레 많아, 하얀 민들레가 항암에 엄청 좋데”

“씨를 받아 공장 뒷밭에 퍼트려보자” 언니는 하얀 민들레 잎도 따고 비닐 봉투에 열심히 씨도 받는다.

항암을 포기한다고 결심하고 마지막으로 병원을 갔다.

새벽 5시40분 병원으로 달려가는 차안에서 남편은 말을 건넨다.

“지난번 간수치가 AST 227, ALT 104 였는데 180이랑80으로 떨어졌으면 좋겠다”.

나는 투덜대는 말투로 답한다. “항암을 했는데 어떻게 간수치가 내려가”

8시40분이 되자 담당 간호사에게 연락이 왔다. 빨리 진료를 봐줄 테니 진료실로 오란다.

서둘러 진료실에 들어가니 선생님께서 간수치가 엄청 좋아졌다며 흥분된 말투로 항암이 너무 잘 듣는다고 이 항암제를 계속 써야한다고 하신다.

흘낏 선생님의 혈액 그래프를 보니 간수치가 227에서 94로 104에서 36으로 곤두박질치게 내려가 있었다.

“선생님 저 항암 안 해요. 마지막 항암하고 종양수치는 104에서 2058로 올라가고 간수치는 계속 올라 227로 올라가고, 어차피 2~3개월 시한부 인데 항암하다 죽느니 제가 하는 방법대로 하고 살래요. 3개월만 살아도 전 괜찮아요.”

선생님은 “알 만한 사람이 왜 말을 못 알아듣냐”며 20분 동안 흥분하며 나를 설득한다.

“도대체 뭘 했어요?”

“생수 많이 마시고, 햇빛 많이 보고, 풍욕도 하고, 민들레, 엉겅퀴, 쑥 뜯어먹고 놀았어요”

“참내 한심한 사람이군요”

3개월 뒤 CT예약 했더니 그때는 이 세상사람 아닐 거라며 예약을 안 잡아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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