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에서 재판이 끝나고 법정을 나온 시간은 오전 열한시 반. 사무실로 곧바로 복귀할 것인가. 아니면 근처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이동한 것인가. 고민되는 순간이다. 이때는 법원 주변에 맛 집이 있는지 없는지를 빠르게 검색해 본다. 찾았다. 인천 3대 떡볶이 집이 인천지방법원 인근에 있다고 한다. 도보로 이동 가능한 거리. 법원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점심 식사를 하고 이동하기로 결심하고 길을 나선다.

차를 타고 다닐 때는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펼쳐진다. 비가 온 뒤라서 인지 다소 쌀쌀한 듯 한 날씨가 낯선 도시에서 느끼는 풍경을 완성한다. 인천 3대 떡볶이 집이라 불리는 곳에는 이미 사람들이 제법 차있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를 주문하고, 잠깐의 여유를 가진다. 그래, 변호사 일 중에서 가장 좋을 때가 이런 순간이다.

다른 지역으로 재판을 가는 일이 종종 있다. 그럴 때 마다 가는 길에, 전날 밤 다음날 일정을 준비하며, 꼭 하는 일이 법원 근처 맛집을 찾아보는 일이다. 점심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거나 이미 점심시간을 훌쩍 지나버린 때라 하더라도, 일단 법원 근처 맛집을 한번 찾아본다. 재판은 앞으로도 몇 달간 계속될 것이므로, 이번에는 그냥 지나치더라도 다음번에 여유가 있다면 방문할 곳을 미리 찾아본다. 타 지역 재판을 갈 때, 법원 근처 맛집을 들리는 것은 어쩌면 모든 변호사들의 큰 낙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래서인지 변호사 커뮤니티에는 “안산지원 근처 맛 집 어딘가요?”와 같은 질문의 글이 종종 올라온다. 가차 없이 달리는 댓글 중에는 “없어요!” 하는 댓글도 상당수 있지만(실제로 그 지역에서 매일 밥을 먹고 생활하는 사람에게는 맛 집이 썩 와 닿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인 것도 같다) 누군가는 친절하고 상세하게 가격과 메뉴 주문 팁을 제공한다. 그러면 그 중 두 명 세 명이 거듭 추천하는 집은 맛 집으로 꼽을 만하다.

먼 거리 타지 재판을 가게 되면 이동시간은 수 시간이 걸리는데 정작 재판 시간은 5분 내지 10분에 불과해서, 그럴 때는 왠지 그냥 돌아오기가 허무하다. 인근에서 일하는 동기, 선배, 후배들에게 전화라도 해서 차라도 한잔 마시고 오거나, 근처 맛집이라도 들렀다가 와야 그날 일이 잘 마무리 된 것만 같다. 보통 맛집은 사람도 많아서 혼자가면 주저되고 쭈뼛쭈볏 할 것도 같지만, 이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전혀 그런 것도 없다. 혼자서도 꿋꿋하다.

일을 하다보면, 일도 중요하지만 점심을 먹는 일 만큼 큰일도 없는 것 같다. 매일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것도 큰일이다. 얼마 전부터 우리 사무실 근처 먹을 만한 곳 리스트를 함께 만들고 있는데, 이게 완성되면 안산지원 근처 맛 집 리스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맛있는 걸 먹고, 이야기하고, 나누는 것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느껴본다.

서정현 변호사 nackboom@naver.com

법률사무소 의담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광덕서로 72, 403호(고잔동, 중앙법조빌딩)

홈페이지 http://edlaw.co.kr

문의 031-8042-2441

저작권자 © 반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