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전 세계가 비상이다. 유럽 쪽의 긴장이 해결되기 전에 미국으로 번지면서 70억 인구가 모두 혼돈이고 공포에 빠졌다. 비행기 등 교통수단은 멈추었고 경제는 마비되었다. 학교는 개학을 연일 미루다가 급기야 온라인으로 대체하고 종교행사와 각종 집회는 취소되었다.

사람들의 관계는 이전에 비해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전환되었으며 밀접한 교류는 단절되고 있다. 결국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돈을 풀기로 했다. 처음 겪는 일이다. 반면에 지구의 환경이 정화되고 대기 공기는 맑아지고 있다고 보고된다.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풍경으로 한편으로는 우울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

불교에서 불사를 행할 때 시작과 끝을 알리는 대나무로 만든 도구가 있다. 바로 죽비이다. 이 죽비는 마음 수행 중 수행자의 졸음이나 자세 등을 지도하는데 사용하기도 한다. 어깨 부분을 치는데 아프기 보다는 소리가 요란하다.

이 소리로 이리 저리 흘러 다니는 생각들을 하나로 모으는 일을 한다. 한마디로 정신 차리고 원래 가졌던 마음과 자세를 갖게 한다. 그런데 이게 쉬운 일은 아니다. 죽비를 맞아도 여전히 졸리고 생각은 이리저리 흘러 다닌다. 사람은 복잡한 존재이다.

몸도 그렇지만 마음의 영역도 마찬가지이다. 분명 정신을 차리고 생각과 방식을 재정비 했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원래 하던 대로 다시 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닦고 조이고 기름을 매일 쳐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사람이 생각하고 움직이는 방식은 하나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 즉, 경제적 효율성의 법칙에 충실하다. 몸도 생각도 에너지를 적게 쓰는 방향으로 한다. 적게 에너지를 쓰고 효과는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선택하고 결정한다.

철저하게 이기적이다. 이 인간의 행동원리는 근대 이후로 본격화 된다. 더 많은 욕망의 충족을 위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문명의 이기들이 만들어 졌고,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욕망을 충족시켰다. 지구의 환경은 이 욕망이 표출된 조건을 수용하면서 자신을 지켜왔다. 그것이 오늘이다. 참고 견디면 반드시 폭발하게 되어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경제적 호황의 결과는 자유로운 이동이 가져다 준 결과이다. 그런데 지금 이 기본 공식과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 국경이 높아지고 왕래는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예상컨대 사람들이 왕래를 멈출 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새로운 방식과 시스템 그리고 문화를 만들어 내면서 기존의 행동을 할 것이다.

지금의 내가 하는 생각과 방식에 문제가 있을 때 지적을 받는다. 이때 우리는 혼났다고 말한다. 정신을 차렸다고 말하기도 한다. 없던 생각이나 있었으나 잊어버렸던 것을 찾았다는 의미이다. 지금 우리가 겪는 이 풍경은 분명히 혼이 나는 과정이다.

죽비소리이다. 그런데 한번 떨어지는 눈꺼풀은 천근만근이라 웬만해서는 이기기 어렵다. 정말 정신이 번쩍 나야 한다. 이러다 정말 죽겠구나라고 생각이 들어야 고쳐지고 잠이 달아난다.

언제나 인간이 문제이다. 그러나 언제나 인간만이 유일한 답이다. 그래서 모든 종교도 교육도 철학도 인간을 위해서 이런 저런 말을 해왔다. 인류는 20만년 동안 여러 가지 계기가 있을 때마다 지혜로운 말들을 하며 진화해 왔다.

여러 계기는 슬기로운 생존을 위한 혼이 나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그때마다 인간은 머리를 더욱 하늘을 향해 곧게 세웠으며 직립의 자세를 견지하며 자신의 정신을 가다듬어 왔다. 왜냐하면 인간이 자신의 머리를 하늘로 향하면서 인간은 더욱 지혜롭고 슬기로워졌기 때문이다. 이것이 호모 사피엔스이다. 2020년 혼이 나는 시간을 살면서 혼이 나지 않는다면 정말 답이 없다.

저작권자 © 반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