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사랑받는 책이 있고 반짝하다 사라지는 책이 있다. 보통 시대의 흐름을 담은 책들이 유행처럼 읽히다 잊혀지곤 하는데 《아베, 그는 왜 한국을 무너뜨리려 하는가》(호사카 유지 글, 지식의숲)를 들었을 때 첫 느낌이 그랬다. 아베 총리가 현직에서 물러나면 효용가치가 떨어질 이런 책을 읽을 가치가 있나 하고 말이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메이지유신 이후 지금까지의 일본 현대사를 알 수 있었고 앞으로의 일본도 짐작해볼 수 있었다. 글쓴이는 일본인으로 태어났지만 한국인의 고매한 인격을 사랑하여 스스로 한국을 선택했다. 그가 귀화를 했음에도 이름을 바꾸지 않은 이유는 독도 문제는 물론이고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를 세계에 알리는 데 더 나은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라고 한다.

혐한 시위를 끊임없이 벌이고 비열한 경제 보복을 감행하는 아베 정권의 속내는 무엇일까. 놀랍게도 아베 신조는 제2의 히틀러가 되길 바란다. 100년 전처럼 일본이 다시 아시아에서 주도권을 갖길 꿈꾼다. 이를 위해서 남한과 북한은 늘 긴장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한국은 경제적으로 일본을 뛰어넘어선 안 된다.

글쓴이는 오래전부터 “독일은 세계대전에서 두 번 패해서 정신을 차렸다. 일본은 아직 큰 전쟁에서 한 번밖에 패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진정한 사죄와 반성을 못하는 일본을 진단하는 동시에 끔찍한 침략과 전쟁을 다시 일으킬 가능성이 있음을 예견하는 것이다.

설마 했던 마음이 그가 조목조목 짚어주는 이유를 듣곤 사라진다. 아베 신조 및 그를 추종하는 단체들은 자신들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아주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미 자위대를 관리하는 방위청을 방위성으로 승격시켰고 정식 일본군을 보유할 수 있도록 개헌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앞으로 일왕을 천황으로 앞세워 국민통합을 이끌려고 할 거다.

그래도 아베 정권이 바뀌면 상황이 달라질 거라고 믿고 싶다. 우리가 그랬듯 일본 국민의 깨어 있는 실천을 희망한다. 하지만 그의 말을 빌리면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일본의 보수 세력은 크게 보수 본류와 비주류로 나뉜다. 1945년 태평양 전쟁 이후 보수 본류는 일본의 침략을 인정했고 평화헌법을 지키려고 했다. 불행히 그들은 정치 스캔들과 뇌물 사건 등으로 힘을 잃었다.

극우파라 불리는 비주류는 그 이후 등장했는데 아베 신조의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A급 전범인 그를 정치적인 롤모델로 삼아 총리까지 오른 아베 신조와 그의 든든한 배경이 되는 재특회나 일본회의 등의 단체에 뭘 기대하겠는가. 게다가 그들은 오래 전부터 신친일파를 포섭해 왔다.

이제 뜬금없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모독하거나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중을 알겠다. 문재인 정권을 과격하게 비판하는 댓글을 따로 모아 마치 전체 국민의 의견인 양 일본어판으로 만들어 보내는 보수 언론이 어느 신문인지도 알았다.

글쓴이가 반한 것처럼 우리들 대부분은 인성이나 품성이 훌륭하다. 이런 선함이 침략의 이유가 되어선 안 될 거다. 예전에는 우습게 보였는지 몰라도 지금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멈추거나 되돌아서지 않으면 오히려 망신당할 수 있음을 그들이 알아야 한다. 한국인임에도 일본인 이름으로 애쓰는 그에게 힘을 보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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