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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예측
반월신문 | 승인 2020.03.26 09:57

필자가 처음 변호사 생활을 시작할 때, 지도 변호사님으로부터 들었던 말이 있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상담을 하는 단계는 의사로 가정하면 문진, 청진, 진찰하는 과정과 같으므로, 첫 상담이 어떠한가에 따라서 처방, 즉 법적 대응방법이 달라지므로 상담에 신중하고 또 신중하며 객관적 근거를 기초로 변호사의 의견을 제시하라는 것이었다. 6년차 변호사 생활에 접어든 필자가 뒤 돌아보면, 구구절절 옳은 가르침이 아닐 수가 없다.

변호사 사무실을 찾는 대부분은 사람들은 이야기보따리를 잔뜩 마음에 품고 오시는데, 첫 상담 단계에서 가장 아쉬움을 느낄 때가 법률분쟁의 기초가 되는 계약서, 약정서, 거래내역 등 관련 자료를 전혀 지참하지 않고 오시는 경우다. 그럴 때는 이야기보따리를 늘어놓더라도 객관적인 의견을 드리기가 어렵다. 부득이하게 관련 자료를 이 메일 등으로 먼저 보내주실 것을 요청하고, 차회 상담 일정을 다시 잡아야 한다.

상담 단계에서는 현재 주어진 근거들만으로 사안을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예측을 할 수밖에 없다. 이때는 객관적이 사실관계가 어떠했는지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가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증거가 부족해서 패소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사건들도 어쩔 수 없이 직면하게 되는데, 이때는 부정적인 결과를 예측하여 알려줄 수박에 없다. 필자는 결과가 부정적으로 예상되는 사안들은 가감 없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한다. 그것이 당사자의 이익에 더 부합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소송 등의 결과는 예상에서 벗어날 때가 더러 있다는 점에 있다. 특히, 상담 단계에서 패소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사건 중에서도 막상 예상외의 결과를 얻게 되는 사건들이 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그래서 변호사들은 소송을 살아있는 생물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재판도 사람이 하는 것이라 운용의 미가 있고, 의외의 색다를 사실관계가 소송 절차 중에 드러나는가 하면, 서로 적대적이던 당사자들도 극적인 화해를 하기도 한다.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반드시 승소, 이기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은 때도 있다. 시간이 필요해서, 상대방이 제소를 해와 어쩔 수 없이 대응을 해야 해서, 법원을 통해서 판단을 받지 않으면 문제 해결이 불가능해서 등 여러 목적이 존재한다.

그래서 승소가 목적이 아닌 사건이라 하더라도 선임하여 진행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막상 소송이 시작되면 결과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혹시나 다른 결과를 마주하게 될 수도 있으니 고민을 하고 한숨이 깊어지기도 한다.

패소가능성이 있는 사건을 마주하더라도, 오늘의 나의 예측이 빗나가기를.

*서정현 변호사 nackboo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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