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여 시댁에서 처음 접하게 된 이상한 음식이 홍어와 보리 국이다.

명절이나 집안 대소사 때 에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전라남도 음식인 삭힌 홍어는 어언 30여년 전 신혼 초에 썩은 냄새와 이상한 식감이 나의 입맛에는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음식이었다.

또한 보릿국 역시 내가 못 먹었던 음식이다

시댁 식구들 몰래 남편께 “소여물 같은걸 어떻게 먹어, 나는 못 먹겠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그다지 좋아 하지는 않지만 먹을 수 는 있다.

지난 일요일 날씨가 화창하여 완연한 봄이 온 듯 따뜻하였다.

점심을 먹고 남편은 내게 말을 건넨다.

“날씨가 따뜻하니 좋네, 봄날 햇볕이 당신한테 보약이 될 텐데”

“오랜만에 밭에 가보는 거는 어때”

“상추씨랑 쌈야채 씨를 뿌려야 할것같애”

“작년 가을에 보리씨앗을 잔뜩 뿌려 놓았어, 의자에 앉아서 보리 싹이나 수학해봐”

“그려, 좋아, 가 보자”

10여년 넘게 주말농장을 하는데 작년엔 내가 병원에 있는 관계로 남편은 혼자서 고추농사며 고구마 농사를 야무지게 지었다.

빨간 고추도 깨끗이 세척하여 잘 말려서 7근정도 비닐봉지에 잘 담아놔서 맛난 김장도 했고 고구마도 4박스 정도 수학해서 친척들과 나눠 먹었다.

밭에 도착하여 남편은 조그만 아동용 의자를 보리밭에 놓아주며 말한다.

“일광욕 하며 힘들지 않을 때 까지 해 봐”

“봄 햇살이 엄청 좋네, 하나도 안 추워”

핸드폰으로 유튜브 노래를 들으며 보리새싹을 열심히 베어 다듬어 비닐봉지에 담는다.

한 참후에 젊은 부부가 냉이를 캔다며 밭둑 이리저리를 돌아다니더니 내게 묻는다.

“ 어떤 게 냉이여요?”

“ 참내, 냉이도 모르고 냉이 캐러 다녀요?”

젊은 부부에게 우리 밭에서 냉이를 몇 개 캐서 알려 주니 고맙다고 인사하고 가버린다.

남편은 또 내게 말을 한다.

“내년에도 보리씨를 뿌려야 겠어, 신기하게 잘 자랐네”

“내년에도 화창한 봄 햇살을 볼 수 있을까”

“그럼 당연히 볼 수 있지,무슨 말을 그리 약하게 해”

파클리 탁셀 2싸이클 시작을 해야하는데 호중구 수치가 안 좋아 미뤄지더니 지난 수요일은 간수치가 안 좋아 항암이 또 미뤄 졌다.

항암을 한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못한다고 나쁜 것도 아닌데 가족들은 내가 당장 어찌 되는 줄 알고 걱정이 태산이다.

4기암 환자는 죽을 때까지 항암 하다가 죽는데 몇 번 미뤄진다고 달라 질 것은 없다고 생각하며 마음 내려놓기 연습을 하며 집안 정리를 다시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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