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공포가 전 지구를 덮고 있다. 이 글을 쓰는 현재 우리나라도 확진자 4200명 사망자 28명으로 그 끝을 알 수 없다. 지금이 끝이 아니고 시작이라는 점에서 공포 그 자체이다. 신천지 31번 환자 이후로 확진자의 수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더불어 사망자도 연일 최고점을 찍고 있다.

도심의 영화관과 음식점 그리고 까페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휑하다.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다. 모임은 연기하거나 취소되고 있고 약속을 잡기가 눈치가 보이는 실정이다. 경제가 계속 힘 들었는데 측정하기 어려운 강펀치를 맞았다.

문제는 공포심이다. 공포는 인간의 의식을 위축시키고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경제로 그대로 반영된다는 것이다. 경제는 심리이기 때문이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라는 책날개에 이런 글이 있다. ‘10만 년 전 지구상에는 최소 여섯 가지 인간 종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 존재하는 종은 하나뿐이다. 바로 우리 호모 사피언스’ 진보가 인간의 계획에 입각한 목표에 도달한 단계를 의미한다면 진화는 살아남는 것을 의미한다.

살아남은 것이 강한 것이라는 명제는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100프로 맞는 말이다. 진화는 정해진 결과가 없다. 남아서 현재 그렇게 된 것이 정답이다. 거기에는 정의도 도덕도 윤리도 가치도 의미도 없다. 살아남은 현재의 그것이 실재이고 전부이다.

역사가에게 역사는 정의 일지 몰라도 시간의 흐름에는 정의가 없다. 오직 누가 어떻게 살아남았는가가 중요하다. 특히 진화의 관점에서는 그렇다. 무한 경쟁의 신자유주의 시대에서는 정말 인정하기가 싫지만 맞는 말이다. 생존의 절대조건은 상황에 대한 수용성과 평상심이다. 오직 환경에 대한 적응능력뿐이다.

‘또 다른 흥미로운 발견은 질병과 행복의 관계이다. 질병이 단기적인 행복감을 낮추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행복감을 감소시키는 것은 두 가지 경우뿐인데, 하나는 상태가 점점 나빠지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 병이 사람을 쇠약하게 만드는 지속적인 고통을 주는 것이다.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으로 진단을 받은 사람은 단기간 우울해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만일 병이 더 나빠지지만 않는다면 사람들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한다. 이들이 평가하는 주관적 행복은 건강한 사람과 같은 수준이다.’(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호모 사피엔스는 이렇게 살아남았고 지금도 살고 있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전대미문의 경험을 하는 사람들의 놀람과 경계심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리고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나 비교적 나이가 많은 분들은 아무리 조심해도 부족하다. 동시에 대구 경북지역의 어려움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고 있다. 임대료도 깍아 주고 성금을 보내기도 한다. 인간이 갖는 강점이고 능력이다.

실물 경제가 가져다주는 고통과 어려움이 있지만 이내 평상심을 찾을 것으로 예상해 본다. 새로운 상황을 우리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극복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인류는 지난 10만년 동안 이렇게 살아왔다. 인류의 진화방법이고 역사의 교훈이다.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2020년의 풍경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생명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가를 배우는 2020년으로 기억하면 된다. 보건과 위생 그리고 생명과 안전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가를 배우는 2020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유기체임을 알아가는 2020년이 될 것이다. 우선 손을 잘 씻고 마스크를 잘 챙기는 10만년 지혜의 결실을 잘 실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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