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두 번째 사이클 시작이다.

새벽 6시에 우리 집 차는 남편과 같이 삼성병원으로 향해 분주히 달린다.

봄이 온 듯 날씨도 온화하고 기분도 상쾌하다.

병원 정문 앞에서 예전에는 “중국 다녀오신 적 있나요?” 이었는데 지금은 멘트가 바뀌었다.

“대구 다녀오신 적 있나요?”

어김없이 열 체크 하고 마스크를 나누어준다.

7시 20분경 채열하고, 소변 받고 2시간 뒤 교수님 면담이다.

1사이클 끝나고 일주일 쉬고 와서 모든 게 정상이라고 생각 했는데 호중구 수치 감소와 간수치 상승으로 항암을 할 수 없다 한다.

나는 항암을 하든 안하든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만만디 인데 남편은 푹푹 한숨을 쉬며 당장 내가 어찌 되는 줄 알고 안절부절이다.

죽을 때 까지 항암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뭘 그러냐며 남편한테 핀잔을 준다.

 

코로나 19 여파로 인해 가족들이 병원보다 집이 안전하다며 퇴원을 종용해서 입원한지 8개월 만에 집으로 퇴원 했다.

집에 있는 게 왜 이리 좋은지 엄청나게 행복 하다.

아침 일찍 새벽 산책을 해 볼겸 관산도서관 둘레길 을 갔다.

15분정도 걸어 겨우 도서관 까지 왔는데 가슴이 터질 듯 숨이 차고 다리가 후둘 거려서 도저히 걸을 수가 없어 되돌아 집으로 왔다.

몸이 많이 망가 졌나보다.

아침 먹고 굳게 마음먹고 재도전하기로 결심하고 다시 그 길을 갔다.

결과는 똑 같이 실패이다.

내가 누구랴, 포기할 내가 아니지 점심 먹고 또 도전 했다.

아주 천천히 보폭을 짧고 느리게 걸으며 그 입은 다시 쫑알거린다.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해 보자”

“나앗다~나앗다~ 다 ~나앗다”

둘레길 벤치위의 이른 봄날의 햇살이 나의 말에 동조를 해주듯 환하게 내 몸을 따사로이 해 주고, 양지바른 언덕길엔 새끼 손톱만한 어여쁜 쑥들이 돋아나며 내게 말을 건넨다.

“그래 용남이 넌 무엇이든 할 수 있어 너에겐 밟아도 밟아도 일어나는 잔디 근성이 있잖니?” 자연의 신비함과 함께 고마움을 느끼며 한 시간 걸려 한 바퀴를 무사히 돌고 안전 귀가 하였다.

그동안 혼자서 끼니를 해결하느라 애쓴 남편이 너무 불쌍하고 가련하여 몇 가지 반찬을 만들어 주었더니 맛나게 잘도 먹으며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린다.

“내가 퇴근하고 와서 내가 해도 되는데 왜 했어”

“당신은 입으로 시켜, 몸으로 하는 일은 다 내가 할게”

식사 후, 남편은 열심히 설거지를 하고, 빨래 걷어 정리하고, 청소기 밀대로 거실이며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는 모습이 애잔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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