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8월15일의 정선은 무더위가 한풀 꺽이고 고추잠자리가 하늘을 맴돌고

코스모스가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오늘 저녘에 고구마를 삶아 먹자고 하시면서 외가집 밭으로 가자고 나와 셋째 형님을 불렀다

형님과 나는 바구니 하나를 들고 아버지를 따라 옹기 가마 뒤를 돌아 고구마 밭으로 갔다

커다란 고구마를 한바구니 케서 담고 아버지 많이 담았으니 이제 가요 했다

그러면서 아버지 얼굴을 처다보니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시며 슬피 우셨다

애들아 국모님이 돌아 가셨다 하시면서 통곡을 하셨다

북한에서 내려온 빨갱이가 쏜 총에 맟아 돌아가셨단다

해는중천을 조금 지났는데 하늘이 노란 노을 빛을 띠었다

아버지는 그것을 보고 하늘도 슬퍼서 우는것 이라고 말씀 하셨다

어린 나이지만 나는 죽음이라는 것과 영원한 이별을 어머니와 외할아버지 가 돌아가시는

계기로 그경계를 알게 되었다

장녀인 어머니는 쌀로 하얀 뫼밥을 지어 백일상에 올리시고 외할아버지의 명복을 빌며 슬피 우셨다

백일 탈상을 하셨는데 호기심이 큰 꼬마는 그것을 지켜 보면서 어머니의 큰 슬품을 이해하게 되었다

원하지 않는 영원한 이별이 얼마나 슬픈일 인가를 알게 되었다

여름의 끝자락에 청와대 경내에는 평소 영부인님 께서 좋아 하시던 하얀 목련화가 피어 슬품을 더했다

운구행렬이 청와대 정문을 나설때에 무쇠보다 더 단단한 대통령은 영구차 앞을 막고 마지막 작별을 고한다

대통령이 아닌 사랑하는짝을 잃어버린 한 남자의 슬품은 너무 애절했다

국모를 잃은 대한민국의 민초들은 통곡했고 산천 초목 하늘도 땅도 울렸다

많은 국민들이 백의를 입고 상주가 되어 고인의 마지막 가는길을 애통해 했다

시골 정선의 깡촌에도 한두달에 한번씩 육영 재단에서 동화책을 한권씩 보내주곤 했었다

나는 반장에게 급식빵 반을 뇌물로 주고 두번째로 책을 받아 읽을수 있었다

초록색 표지의 동화를 읽으면서 내면의 자아를 키웠고 이순신 세종대왕 퀴리부인

김유신 단군신화 유관순 안중근 신사임당 등의 영웅들의 전기를 통해 세상을 향한

견문과 꿈을 키웠다

그것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나게 된 것처럼 지식의 허기와 갈증을 달랠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 였으니......

어린 꼬마에게는 여사님이 천사였고 대통령은 왕이고 여사님은 국모님이셨다

세계의 최빈국을 선진국으로 만든나라 개발도상 국에서 자동차를 처음 만든나라

세계 최대의 최고의 큰배를 만드는 나라 세계 제일의 반도체를 만드는 1등국가 작은나라 분단 국가에서 초일류 대한민국 패배주의에서 할수있다는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원동력을 일으켜 세운 히어로 짝을 잃은 그 사람은 변해가기 시작했다

슬품을 달래며 주색에 밤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특유의 카리스마를 가진 노정객은 국정만큼은 철저히 수행해 나갔지만 서서히 깨어나는 민중들의 그것에 귀를 귀울이는 것에 대해서는 무관심 했다

민주화를 원하고 인권을 요구하는 것을 무조건 억압으로 치부하고 측근의 잘못된 사탕 발림만 듣고 충심의 간언을 듣지 않았다 대통령도 차츰 총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부산에서 시작된 데모는 삽시간에 마산으로 퍼지고 정국은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이었지만 무력으로 진압을 하려했다

1979년10월 26일 삽교천 방조재를 다녀온 대통령은 중정부장 김재의규 총에의해 생을 마감한다

3선개헌과 18년의 장기집권 그리고 근대화의 주인공 동방의 작은 나라 불모지에 금자탑을 쌓고 환희의 꽃을 피웠던 불세출의 작은영웅 나폴레옹을 닮은사람 새마을 운동의 기적은 거져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피나는 노력으로 만들어 지는것 이라는 것을 온국민들이 깨우치게 만든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춘삼월 목련이 피고 지고 낙엽이 질때면 나는 가신 님을 추모하련다

 

-송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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