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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를 뭘로 채울까
반월신문 | 승인 2020.02.05 13:41

알비노 증후군. 피부에 멜라닌 색소가 없는 유전 질환이다. 아프리카에서는 흔한 질병인데 이 알비노의 몸이 행운을 가져오거나 그 죽음이 저주를 푼다는 믿음이 전해지고 있다.

《골든 보이》(타라 설리번 글, 전지숙 옮김, 주니어김영사)는 탄자니아에서 일어난 알비노 실제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글쓴이는 흑인이 ‘하얀 흑인’을 대하는 방식을 통해 인간에 대한 예의와 인간의 살 권리를 이야기한다.

하보가 태어나자 시골 마을은 충격으로 들썩인다. 악령이 깃들었다는 미신을 믿은 아버지는 집을 나가고 하보는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아이로 구박을 받는다. 게다가 빚으로 쫓겨 이모네로 가던 중 만난 밀렵 사냥꾼은 이제 코끼리가 아닌 하보를 사냥하려 든다.

알비노의 머리카락은 물고기를 잘 잡히게 하고, 손과 피부는 부자가 되게 해준다는 미신때문이다. 하보의 몸을 요구한 사람은 재선을 노린 시장이었다. 시민의 마음을 그렇게 얻으려 하다니.

사냥꾼에게 쫓기던 하보는 가족과 헤어져 스무 시간이 넘게 기차를 탄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알비노라는 질병에 대해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조각가 할아버지는 시각장애인이다. 하보는 할아버지의 일을 거들며 비로소 ‘인간 하보’의 가치를 깨닫고 스스로 삶을 그리기 시작한다.

질병에 대한 무지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하기엔 참담하다. 하보가 겪은 일에 비하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니지만 무지가 빚은 공통점이라 그랬는지 고종사촌 오빠가 생각났다. 급성 백혈병으로 입원한 아버지를 외면한 사람.

병원에 입원한 아버지는 줄곧 오빠를 기다리셨다. 평소에 아끼던 조카라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차일피일 미루곤 영 오지 않았다. 우리끼리 직장 다니느라 바쁘겠지, 멀어서 그렇겠지라고 이유를 대곤 했다. 그럼 일요일은... 지금도 하루 종일 창밖을 내다보시던 아버지의 쓸쓸한 얼굴이 눈에 선하다.

그런데 오빠가 오지 않은 이유를 듣고 기가 막혔다. 아버지가 걸린 병이 전염이 된다고 해서 그랬다는 거다. 백혈병에 걸린 환자는 면역력이 약해져서 방문객을 제한하는데 잘못된 정보가 그 오빠의 발길을 막았던 것.

장례식을 치를 때도 나타나지 않은 오빠는 어린 내 마음에서 지워졌다. 덩달아 고모와도 서먹해졌고. 그래도 고모가 돌아가셨을 때 사람 구실은 하며 살라는 아버지의 말씀이 들리는 것 같아서 장례식장을 찾았다.

글쓴이가 하보를 보듬는 사람으로 앞을 보지 못하는 할아버지를 선택한 이유를 알겠다. 우린 상대방을 아무 조건 없이 그냥 사람으로 봐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친하다, 친하지 않다로 선을 긋다가도 아픈 사람이나 약한 사람을 봤을 때 그 경계를 허무는 착한 마음이 필요하다.

알비노 증후군을 찾아 봤다. 알비노에 걸린 카자흐스탄 모델 자매도 알게 됐다. 아버지가 앓게 되면서 백혈병을 알았듯 세상의 모든 질병을 다양한 길을 통해 배우고 있는 중이다. 설령 내가 그 병에 대해 알지 못해도 인간에 대한 연민으로 그 사람을 대하길 바란다. 수많은 하보를 지키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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