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에 대한 이야기 하나를 소개한다. 기린은 태어나면서 부터 큰 충격을 받는다. 어미 기린은 키가 큰데 선채로 새끼를 낳기 때문이다. 아기 기린은 자궁에서 나오면서 땅으로 추락하기에 태어나자마자 땅에게 한 대 맞는 셈이다. 그 다음에 어미의 긴 다리로 걷어차이는데 이것은 아기기린이 어미의 다리 밑에 있는 동안 계속 된다.

새끼는 어미에게 맞지 않기 위해 가늘고 긴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선다. 그리고 어미의 다리 사이에서 힘껏 움직인다. 아직은 다리에 힘은 없지만 비틀거리면서 최선의 힘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간다. 이때 어미 기린은 새끼에게 달려가 어루만지고 핥아주기 시작한다. 어미 기린의 이런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새끼 기린이 자기 힘으로 달리지 않으면 다른 동물들의 먹잇감이 되기 때문이다.

새해가 시작되었다. 새롭게 마음을 다지고 결심도 했다. 그러나 2020년이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올해도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 것이고 내일도 오늘과 같을 것이라는 것을. 시간은 매년 비슷하게 흘러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을 먹고 결심은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는 것처럼 올해도 지난해처럼 지나갈 것이라는 것을. 짠하고 나타나는 그런 것은 동화책에서나 있다는 것을. 만약 자신의 삶에서 진짜로 전혀 새로운 것이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욕심이 많거나 순진하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어제 같은 오늘 그리고 오늘 같은 내일이라는 메비우스의 띠 같은 일상이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다. 일상이란 놈은 생각보다 단단하고 견고하다. 그래서 ‘인생 뭐 있어’ 라는 말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당연시 되나 얼만 전까지만 해도 불가능했던 일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다. 마라톤 여성 참가가 그렇다. 올림픽의 꽃이라는 마라톤에 여성이 참여한 것은 1984년 LA올림픽 때 부터였다. 캐서린 스위치라는 여성이 보스톤 마라톤에 참여해 최초의 여성마라톤 선수로 인정받은 것이 1967년이다.

그녀는 주최 측의 반대로 몰래 참가를 했고 경기 도중 발각되어 퇴장시키려는 주최 측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완주를 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후에서야 인정을 받았다. 50년이 지난 지금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는 여성 참가자가 11.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캐서린 스위치가 마라톤 대회를 참가한 50주년을 기념하여 2017년 보스톤 마라톤에 그녀는 다시 참가하여 완주를 했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 했다.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마세요. 누구든지 다 할 수 있어요’. 50년 전 그녀의 달리기를 중단 시키려는 주최 측의 방해를 막아주었던 친구들이 외쳤던 외침이 있다. ‘Run like hell’ ‘힘껏 달려’

삶은 우리에게 밝고 빛나는 별 다른 것을 주지 않는다. 늘 덤덤하고 지루한 모양으로 나타난다. 아니면 감당하기 힘든 충격의 질문들을 던진다. 무심하거나 가혹하다. 심심하고 당황스럽다. 우리의 삶에서 새로움이란 번쩍이는 어떤 결과가 아니다. 전혀 다른 모양도 아니다. 새로운 것이란 일상을 다르게 보는 것이다.

익숙함에서 사랑을 보는 것이다. 찰나에서 영원을 발견하는 깨달음을 의미한다. 삶은 우리에게 일관되게 말하고 있다. ‘일어나 걸어가라. 아니면 익숙함에 끌려 다닐 것이다’ ‘일상에 끌려 다니지 말고 일상을 끌고 다녀라’ 우리가 만나는 삶의 모든 것은 아기 기린을 세우고 달리게 하는 어미 기린의 발길질이다.

삶은 나에게 말하고 있다. 늘 있어왔던 그곳에서 ‘일어나서 걸어가라고, 네 자리를 걷어가지고 떠나라고’ 그리고 ‘힘껏 달려’ 일상을 익숙함으로 만든 것은 나 자신이다. 새해가 새 시간이 되려면 익숙함에서 다른 것을 보아야 한다. 이것이 현재를 살고, 현재를 충실하게 사는 것이다. 아기 기린처럼 캐서린 스위치처럼 힘껏 달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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