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라고는 하지만 맨손으로 다녀도 손이 시리지 않는 따뜻한 일요일 날씨에 병원 앞 문화의 광장은 강아지 산책 하는 사람들과 운동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암 환자들은 ‘걸어야 산다’를 늘 스스로 외치지만 춥다는 핑계로, 미세 먼지 핑계로, 실천을 하지 않아 오늘은 크게 맘먹고 걷기를 결심 했다.

오늘은 초지 장날이 열리는 날이라서, 문화광장에서 초지 전통시장 까지 걸어가기 시도를 해 보았다.

문화광장을 지나 전철역 밑으로 예쁜 흙 길이 만들어져 있었고 겨울이라서 꽃은 다 시들고 없지만 이름표만 간직 하고 있는 꽃밭들이 즐비하게 이어져 있고, 중간 중간에 앙증맞은 조각품도 있었다.

길을 건너니 고잔역 옆으로 STATIONーA 이라는 문화 예술 창작 공간이 나온다. 말로만 들었지 가보긴 처음이다. 드문드문 가족들이 손잡고 나들이 하는 모습도 보이고, 운행 되지 않는 기차도 한 대 놓여 있었다.

꽃 피는 봄날부터 가을까지는 아주 좋은 문화 놀이 공간이 될 것 같아 그동안 방문 해 보지 않음에 미안함을 뒤로하고 길을 건너 와 스타디움으로 발걸음을 향 했다.

다리위에 나란히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었고 태극기 손상 시 연락 해 달라는 이름과 전화번호가 인쇄된 겸손한 작은 표지판이 다리 난간에 붙어 있어서 짧은 시간이나마 국가가 강건 함에 감사의 마음을 표하며 와 스타디움의 주차장 뒷길을 걸어 단원 구청 뒤의 산책길로 들어섰다.

아이들 소리가 왁자지껄 들려 눈을 돌려 보니 눈썰매장에서 아이들이 신나게 눈썰매를 타고 있었다.

규모도 크지 않은 눈썰매장 인데 아이들은 즐겁게 소리 질러가며 타고 있어서 가까이 다가가 보니 아이들의 천진스런 표정들이 천사의 얼굴로 다가 왔다.

문득,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던 어린 시절에 비료포대를 가지고 언덕길에서 친구들과 미끄럼 타던 옛 추억이 정겹게 내 머리 속을 정화 시켜준다.

드디어 도착한 초지시장은 한쪽에서는 노점상들의 “먹고 살자”를 외치는 데모 소리와 한쪽에서는 아파트 입주민들의 “노점상은 물러가라”를 외치며 협의가 절대로 되지 않을 듯 한 팽팽한 신경전 데모를 하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 틈새로 보이는 싸게 살려고 하는 고객과 비싸게 팔려고 하는 상인의 오고가는 말들의 5일장 풍경은 그야말로 삶의 현장 이었다.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음에 한없는 감사함을 실감케 하는 하루를 보내며 오늘도 암과의 동거는 행복이라는 단어로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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