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말은 연말 분위기도 나지 않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인데 크리스마스 같지가 않다.’는 식의 말을 독자 여러분들 중에서도 한 적이 있거나, 들은 적이 있으실 거라 생각된다. 매년 맞이하는 연말이고, 크리스마스이지만 올해가 왠지 더 허전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예전만큼 거리에 캐럴이 울려 퍼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있다. 일응 타당한 말이 아닌가 싶다. 수년전만 하더라도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지금과 달랐고, 여기저기서 걱정 없이 음악을 듣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공개된 장소에서 음악을 재생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 되어 있어 예전과 같은 분위기를 느끼기가 쉽지 않다. 약 15평 미만의 소규모 커피전문점, 호프집, 헬스장 등은 저작권료 납부대상이 아님에도, 그마저도 잘 알려지지 않아 더욱 그렇다.

티비에서 나 홀로 집에를 볼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웃어넘길 수도 있는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사뭇 진지한 주장이고, 제법 공감이 간다. 크리스마스 대표 가족영화 나 홀로 집에는 1990년도 개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20여 년 전인데, 영화가 오래되어도 너무 오래됐다. 그래서인지 예전만큼 티비에서 보기가 힘들고, 주인공 캐빈이 장성한 모습이 많이 알려져 있어 예전만큼 재미가 없기도 하다.

크리스마스 트리나 여러 장식물을 보기도 어려워졌다. 경기침체와 맞닿아 있을거라 생각된다. 비용을 절감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고, 단순히 소비적이고 분위기만 내는 것에 돈을 들이는 일은 자제하는 경우가 많아 진 듯하다. 그래서 각종 지자체나 상가 등 차원에서 건물 등 앞에 연말을 맞아 조형물을 설치하던 일도 적어진 것 같다.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연말 분위기를 많이 바꿔 놓았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백화점이나 마트의 장난감 코너를 지나가본 경험이 있으신지 모르겠다. 아이들 선물을 구경하기 위해 들렀다가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정말로 장난감 회사들이 각축을 벌이는구나 싶어 매우 흥미로웠다. 단순히 장난감을 진열해 두고 판매를 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원들이 직접 시연을 하면서 아이들의 눈을 홀린다. 그 광경을 보고 있으면, 나도 나의 어릴 적이 생각나서 즐겁고 흐뭇해진다.

연말에는 불우이웃에 대한 따뜻한 손길을 건네는 사람들에 대한 뉴스도 이어지는데, 돌아보면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뉴스도 더 많았던 것 같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연말 분위기가 별로 나지 않고 크리스마스가 크리스마스 같지 않은 것은 세상 살기가 더 각박해졌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세월이 가고 나이가 들어서 그런게 또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린시절, 유년시절, 젊은시절의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너무나도 좋은 기억들이었다. 지나간 좋은 시절과 좋은 기억에 대한 그리움이 지금의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더 허전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이렇게 또 한해가 지나는 것에 아쉬움이 가득해 진다. 독자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즐거운 연말을 맞이하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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