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구충제 복용한지 6주가 지났다.

간수치 정상이고 몸의 아무런 변화를 느낄 수 없다.

삼성병원 주치의가 강아지 구충제 먹는다면 아마도 100%진료 안 해 주실 거다.

암 노무시키들이 자라고 있는지 강아지 구충제에 꼼짝도 못 하고 벌벌 떨고 있는지 아직은 잘은 모르겠지만 컨디션은 좋고 마약 진통제도 먹지 않고 잘 지낸다.

올 6월 23일 유방암 수술한지 11년 만에 온몸 뼈와 간에 전이 되어 방사선 10회 받고 8월8일 뜨거운 여름날 원주 치악산 밑에 금대계곡이 흐르는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 위치한 요양병원에 입원한 지도 벌써 4개월이 훌쩍 지났다.

암으로 인한 척추골절(2개)로 차문도 열 수 없고 식판도 들을 수가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었다.

방사선 후유증으로 물 한 방울 넘기기도 힘들었던 날들의 열흘간의 고통 속에서도 난 웃고, 또 웃었고, 늘 감사 기도를 했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감사하고, 하루 종일 아무 탈 없이 넘어가면 그 또한 감사하고, 걸어 다닐 수 있음에, 볼 수 있음에, 말 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병원 뒤에 산책길을 조금 걷다보면 키 작은 대추나무 밭이 있다.

밭 초입에 큰 바위 같은 넓죽한 돌이 있는데 지금은 5분이면 걸어가지만 입원당시는 20분을 걸려 그 돌까지 걸어 갈 수 있었다.

돌 위에 돗자리 깔고 누워 혼자서 박수치고 노래도 부르고, 땀 뻘뻘 흘려가며 일광욕도 하고, 성악을 유튜브로 배워 보겠다며 발성 연습한다고 꽥꽥 소리도 많이 질러댔다.

대추 밭 옆의 강아지풀도 나의 친구이었고 달맞이꽃도 나에게 용기를 주었고 가끔씩 나타나는 고라니도 나의 항암제 이었나보다.

조금 지나 입원하는 여자 환우 들이 있어 돗자리 들고 나무 밑 그늘에 누워 이런 저런 살아온 각자의 인생 이야기도 들어 주고 서로 아파하며 서로 위로 하고 하루하루를 보낸 것도 부작용 없는 항암제이고.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민화그리기와 압화로 여러 가지 예술품을 만드는 미술교사 재능 기부도 또한 나의 또 다른 면역 항암제 이었나보다.

목요일 마다 가는 환우들과의 숯가마 나들이와 가을날 멋진 카페에서의 여유로운 수다와 단풍나무길 의 한가로운 산책도 암이 나에게 준 너무 멋진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안산으로 돌아가면 아마도 할 일이 많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안산 마을 공동체 교육 사회적 협동조합 이사장으로, 꿈의 학교 교장으로, 환경미협 경기도 지회장으로, 환경미협 안산 회장으로 등등등…….

건강을 잃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으니

쉬엄쉬엄, 탱자탱자 놀면서 하나씩 하나씩 위임 해 주고, 남은 인생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암 이랑 한판승부 붙어 봐야 할 모양이다.

‘암! 너 이제 다 죽었어’ ‘감히 어디라고 내 몸에 들어온 겨’

‘쥐 죽은 듯이 꼼짝 말구 있거라 암 선생들아’ 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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