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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청소년세상 경기지부 이재호 대표-이슈는 제도보다 열등하다
반월신문 | 승인 2019.11.21 11:24

가을이지만 매서운 수능한파가 지나갔다. 추운 날씨는 대학진학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그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긴장시켰다. 이번 수능에 큰 이슈는 수험생이 50만 명을 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인구 절벽의 현실을 실감하는 대목이었다. 문제는 시험이 끝난 이에 터졌다. 이번에도 수험생이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슬픈 소식이 어김없이 들려왔다. 이유는 너무나 자명하고 반복되었기에 이야기하는 것이 새삼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사람의 생명과 존엄이 달린 문제이기에 이야기 하지 않을 수 가 없다. 성적 때문이다.

필자가 신뢰하는 한 여성작가가 최근에 이렇게 이야기 했다. ‘우리 사회에는 좌우는 없고 위와 아래만 있다’ 맞는 말이다. 불행하게도 오래 전 부터 있었던 사실이다. 이 불행한 현실은 조선시대 500년을 경과하며 지금에 이르고 있다. 위의 신분을 지키는 길은 오로지 하나이다.

집안을 잘 타고 나는 것이다. 그래서 가문을 지키는 것은 그 어느 것 보다도 중요했고 우선이었다. 이 일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큰 범죄는 거의가 여기서 기인했다. 아래 신분이 위의 신분이 되는 방법은 두 가지 길이 있었다.

돈을 벌어서 그 신분을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과거시험에 합격하는 것이다. 백범일지를 보면 김구선생도 과거시험을 열심히 준비했다고 한다. 그런데 글자도 못 읽는 사람이 돈을 주고 시험에 합격하는 것을 보고 스스로 포기했다는 장면이 나온다. 신분상승의 과거시험이 오늘날은 각종 고시와 명문대의 입학으로 대신하고 있다.

스카이로 상징되는 대학 입학에 집안과 집안의 모든 이가 목숨을 건다. 돌아보면 40년 전 필자도 목숨을 걸었던 것 같다. 우리사회에서 명문대학 입학은 향후 인생을 보증하는 자격증이다. 인간의 수준을 결정짓는 품질보증서이다.

소유여부에 따라 사회적 인식과 대우가 달라진다. 월급이 달라지고 와이프의 얼굴이 결정된다는 비인격적이고 저열한 표어가 학교에 대놓고 걸린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명문대 진학에 실패하는 사람은 너무나 쉽게 낙오자로 낙인 되고, 열패감에 빠진 당사자들의 선택은 절망일 뿐이다.

우리 사회는 이 병폐를 고쳐보려고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을 들여 노력했다. 사회적 합의도 이루고 사회적 비용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진행되어 왔던 것이 수시 전형이라는 것이다. 진학 교육이 학교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과열된 입시시장은 정상화하며, 무엇보다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교육선택권을 주고자 하는 것이 취지였다.

그런데 최근 조국사태를 통해 수시의 허점이 들어났다. 놀란 정부가 대안을 내어 놓은 것이 정시확대였다. 그러나 나는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허점은 고치면 되고 보완하면 된다. 지지율 때문에 물줄기를 다시 과거로 돌리는 것은 너무나 쉬운 방법을 선택했다고 본다. 전형적인 소탐대실이다.

무엇보다도 오랜 시간 공들이고 진행해왔던 사회적 합의를 그렇게 간단하게 돌려놓은 것에 화가 난다. 벌써 강남의 아파트 가격이 들썩인다고 한다. 자유로운 경쟁을 이야기 하지만 자유로운 경쟁은 사회를 야수의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언 듯 공정한 것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시장에 맡긴다는 것은 사람이 사람에게 늑대가 되라는 것이다.

최근 조국이라는 큰 이슈가 주는 충격이 있었다. 그러나 이슈는 정신을 차리라는 경고음이지 이미 검증된 과거로 돌아가라는 결정은 아니다. 제도는 이슈보다 강해야 한다. 왜냐하면 제도는 역사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합의가 있었고 그 합의가 있기까지 많은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도의 취지가 좋다면 방향을 유지하고 보완을 하면 된다. 학력에 따른 사회적 조건의 변화, 학력과 직업에 대한 사회인식 개선, 노동에 대한 소득의 간격 조정 등이 그것이다. 입신양명과 출세를 위한 추격주의는 반드시 살벌한 경쟁을 낳게 되고 이것은 반드시 생명을 죽이게 되어 있다.

역사가 증명하고 오늘이 증거이다. 수능한파는 시험을 잘 보라는 한파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수능을 통해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쨍한 소식이다. 겨울을 준비하며 쨍하고 드는 성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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