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지 않는 눈물 씻어줄 마지막 기회 “특조단을 믿고 싶다”...세월호 추모공원, 내자식 내가족처럼 감싸 안아주길 당부

단원고 4.16 기억교실에서 마주한 단원고 희생자 임경빈 군의 어머니 전인숙씨의 표정은 청아했다. 힘들고 지쳐있을 법도 했지만 아들 죽음의 원한을 풀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생각에 희망의 눈빛을 지니고 있었다. 전인숙씨가 임경빈 군의 책상에 앉아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단원고 4.16 기억교실에서 마주한 단원고 희생자 임경빈 군의 어머니 전인숙씨의 표정은 청아했다. 힘들고 지쳐있을 법도 했지만 아들 죽음의 원한을 풀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생각에 희망의 눈빛을 지니고 있었다. 임경빈 군은 세월호 참사 당일 응급처치로 맥박 등 활력징후가 있었지만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최근에야 알려졌지만 헬기를 이용했더라면 살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헬기는 엉뚱하게도 해경청장 등이 이용하고 말았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구조를 방기한 해경 관계자 등을 세월호 특별수사단에 수사를 요청했다. 따라서 조만간 조사결과 나올것으로 보인다. 임경빈 군은 평소 책임감이 투철하고 의리있는 아들이었다.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을 살뜰히 챙기는 자상한 오빠이기도 했다. 전인숙 씨는 이번 만큼은 믿고싶다고 했다. 세월호 특조단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뜻하는 말로 들렸다. 1시간 정도 이어진 단독 인터뷰에서 전 씨는 “억울하게 죽은 아들이 편히 쉴수 있는 방법은 그것밖에는 없다”고 단언했다.

Q요즘 심정은 어떤가.

광화문으로 청와대로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집회 참석 등으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제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세상에 나올듯해서 그런지 담담하면서도 희망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는 것이고 꼭 그렇게 돼야 된다”는 진리를 깨우치고 있는 중이다. 수년간의 아픔을 안고 살았지만 이제는 억울하게 죽어간 영혼을 달래줄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이리저리 뛰고 있다.

Q아들 임경빈 군은 살릴수도 있었던 것 아닌가.

그렇다. 아들은 구조 당시 맥박이 살아 있었다. 응급조치 등으로 살아있었음이 최근 조사에서 밝혀지고 있다. 20여분 걸리는 목포 병원에 이송이 되었더라면 살릴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아들은 무려 4시간41분만에야 병원에 도착한 걸로 나온다. 여러차례 배를 갈아타며 걸린 시간이다.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죽음을 방기한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끔찍한 일이라고 본다.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한심하다.

단원고 4.16 기억교실 2학년4반 교실 앞에서 고 임경빈 군의 어머니 전인숙씨가 착잡한 심정으로 서있는 모습이다. 사진=최제영 大記者

Q헬기를 다른사람이 이용했다고 하던데.

우리 아들은 구조당시 빨리 이동할수 있는 헬기를 놔두고 함정으로 옮겨졌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그 헬기에는 당시 김석현 해경청장과 김수현 서해해경청장 등이 탄 것으로 조사됐다. 응급조치를 하고있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부모인 우리는 물론이고 전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이유다.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이 부분을 세월호 특조단(단장 임관혁 안산지청장)에 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Q아들은 어떤 성품이었나.

정말로 착한 아들이었다. 책임감이 강하고 의리가 있는 아이였다. 주변에서도 호탕한 성격이라고 칭찬을 할 정도였다. 언제나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었다. 속을 썩인 아이가 아니었다. 특히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에게도 살갑게 대해주던 아들이었다. 태권도를 유난히 좋아했다. 태권도를 하려면 공부도 잘해야 한다는 말에 학교수업에도 열중이었다. 태권도 사범을 하고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가슴이 미어진다.

Q지금도 슬픔이 여전한 듯 하다.

누구나 자식사랑은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경빈이는 우리 가족에 있어 웃음을 주고 편안함을 안겨준 아이였다. 엄마 아빠가 직장에서 늦게 귀가하면 여동생을 잘 봐주던 아들이었다. 친구들과 약속이 있더라도 내가 부탁하면 친구와의 약속을 취소하고 엄마말을 듣곤했다. 내가 몸이 아플땐 살포시 손을 잡아주고 빨리 나으라고 기도해주던 아들이었다. 그러면서 나중에 우리가 늙으면 같이 살겠다고 약속을 해주기도 했다. 누구나 자식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고 하지만 경빈이는 우리가족의 전부나 다름이 없었다.

Q이번에 특조단이 구성됐는데 얼마나 기대하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자세로 임해 달라는 부탁을 하고싶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있는 검찰은 충족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만큼은 억울하게 죽어간 영혼을 달랜다는 심정으로 임해달라고 사정을 하고싶다. 억울한 부분을 제대로 밝혀달라는 것이다. 우리 아들과 관련된 의혹도 우선 순위로 수사를 한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다. 모든 상황를 살펴서 정확한 진상규명이 될수있도록 응원하고 싶다. 그리고 끝까지 검찰의 수사를 지켜볼 생각이다.

Q오늘 같은 날이 오리라 생각했나.

사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진상규명 등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 깜짝 놀랐다. 그동안은 사건의 은폐와 조작이 많아서 그랬다. 일부 방해세력이 존재해왔고 방기한 세력이 많았다. 정치권을 비롯해 여러 기관에서 그런 행동을 많이했다. 하지만 이제 믿고싶은 생각이다. 앞으로 어떠한 방해 세력에도 맞설 준비가 되어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번 만큼은 정확한 진상규명이 검찰에 의해 밝혀지길 바란다.

전인숙 씨가 전 안산교육지원청 자리에 마련된 단원고 4.16 기억교실 앞에서 사진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최제영 大記者

Q일부에서 세월호 얘기 그만하라는 말도 들린다.

물론 그런 얘기도 잘 듣고 있다. 그러나 이번 우리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방기한 영상을 보면서 많은 국민과 시민들이 여론을 달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지금이라도 진상규명을 해야한다는 여론으로 기울고 있다는 얘기다. 과거를 잊기위해서는 사고의 원인과 책임자 처벌이 있은 후에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우리도 언젠가는 평상심으로 돌아갈 날이 있을거라 믿고있다. 그러나 억울한 죽음에 대해 해답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Q화랑유원지 세월호 추모공원에 대한 반대도 있다.

그런저런 얘기를 모두 듣고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인재는 다시 오지말아야 한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우리 가족 형제라는 마음으로 헤아려 주길 부탁드린다. 우리의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다 함께 슬픔을 공유하고 다시는 이 같은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위한 방편이라고 생각한다. 부디 부탁하지만 우리 가족이라는 생각을 가져주길 바란다.

Q마지막으로 한마디 해달라.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함께한 모든 국민과 안산시민들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모든것이 해결되는 날 우리도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갈 것이다. 세월호 활동에 매진했던 경빈이 아빠(남편)는 1년 전부터 직장에 나가고 있다. 하나뿐인 딸도 열심히 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번 참사만 없었더라면 평범하게 살았을 우리 가족이다. 안산시민과 국민들께 감사함을 전하고 우리와 함께하고 있는 세월호 가족들도 건강하길 빈다.

인터뷰=최제영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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