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휴양림 산책길엔 완연한 가을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울긋불긋한 단풍잎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수북이 쌓여있다.

아무도 지나지 않은 듯한 비포장 도로의 낙엽 쌓인 길을 경자언니, 명숙언니, 나 셋이서 따사로운 햇볕을 따라 폭신폭신한 낙옆 위를 소녀들처럼 환호하며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며 한껏 가을 놀이를 즐겼다.

잠시 올려다본 하늘은 왜이리 파랗고, 높고, 예쁜지, 낙엽 밟는 사그락 사그락 거리는 소리는

그 어떤 오디오 음악보다 나의 귀를 행복하게 해준다.

지나가는 다람쥐도 우리를 반기는 듯 이리저리 뛰고, 덩달아 송장 메뚜기도 심심치 않게 우리 앞을 지나다닌다.

너무나도 바쁜 일정에 요 몇 년간은 하늘을 올려다 볼 여유도 없이 계절이 바뀌는 것을 느낄 겨를도 없이 바쁘게 살아 온 듯 하다.

2019년의 가을은 .암이 가져다준 멋진 선물로 사춘기 소녀처럼 빠알간 단풍에 심쿵 해 보기도 하고,시인은 아니지만 가을 이란 소재로 시 한편도 지어보는 여유로운 가을을 맘껏 느꼈다.

4기암 확진 후 4개월이 훌쩍 지나갔다.

지난주에 PET CT,복부CT 검사를 했고 7일 날 심성병원 교수님을 만났다.

간에 전이 되었던 암은 크기도 줄었고 암이 괴사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뼈에 전이된 암은 그대로 라고 하신다.

남편은 연신 교수님께 고맙다고 인사 하고, 교수님은 지금 하는 항암을 게속 진행 하신다고 하신다.

4개월간 홀아비 생활 하면서도 불평 한마디 없고, 안산집에 오면 아무것도 못하게 공주처럼 모시는 울 남편은 늘 상 밥상 차려다 주고 설거지며 빨래, 청소도 다 하는 남편이 너무 고맙다.

또한 나를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성경 말씀을 보내 주시는 영흥도 사라호의 정 사라 회장님을 비롯해 늘 나를 위해 기도 하고 있는 많은 지인들의 기도 덕분인 것 같다.

나를 걱정 하는 많은 분들께 “지금 죽어도 호상입니다” 라고 늘상 말했던게 무척이나 교만하고 무책임한 답변 이었나 반성해 본다.

완치는 바라지도 않지만 지금 이대로 라도 감사하고 고맙다.

안산에 있으면 원주 요양 병원의 환우들이 보고프고 그립고, 원주에 있으면 안산의 식구들과 친구들, 협회 이사님들, 회원님들, 학생들이 보고파진다.

이번주는 목요일부터 내내 안산에 있었다.

원주의 식구들이 궁금해진다.

엊그제 항암한 유진언니는 식사는 조금 하시는지, 경자언니는 지금쯤 많이 아파하는 시기인데 어찌 지내는지, 짝꿍 종숙언니는 구토 증세는 없는지 얼른 가 봐야겠다.

다행히 어제는 많이 아파서 기독병원 응급실로 실려 간 어여쁜 언화 동생의 전화를 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소식을 전해 주어 기분 좋은 하루였다.

언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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