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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현수-소년의 추억
반월신문 | 승인 2019.11.07 10:34

흙먼지가 뽀얀 산허리를 돌고 돌아 한참을 가야 나타나는 강원도 정선

분지로 이루어진 고향의 풍경은 사방을 둘러봐도 산만 보이는 하늘 아래 첫 동네
언덕으로 이어지는 신작로에는 삼척과 정선을 왕복하는 버스가 하루 두 번 다니는 게 전부였다
정선의 오일장이 있는 날은 삼척항에서 생선 차들이 지나가곤 했다
강릉에서 농산물을 수집하는 중간 상인이 트럭을 끌고 와 말린 고사리 쌀부터 더덕 콩 옥수수 팥 등 닥치는대로 농산물을 수매해 갔다
지고 이고 메고 임계장으로 가야 하는 수고로움을 중간상인이 수매하여 가격 대신 편안함하고 바꾼 것이다
소년에게는 가난이 있었지만 여름은 풍요의 계절이었고 사색의 계절이었다
도시락 통과 부지런한 발걸음만 있으면 어디를 가든 먹거리를 구할 수 있었다
산에는 산딸기가 들에는 오디 열매 그리고 찔레순 물오른 소나무 가지를 꺾어서 껍질을 벗겨내고 속살을 까먹으면 그 향이 일품이었다
학교가 파하면 하굣길은 산등성이를 따라 걸으면서 산나물을 뜯는 것도 일이였다

버섯이 보이면 버섯을 따고 더덕이 보이면 더덕을 파내서 책보에 싸서 어머니께 드리면 어머니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곤 하셨다
맑은 시냇가 너럭바위에 누워 파란 하늘을 보며 아름다운 자연에 취해 배고픔을 잊기도 했다
먹구름이 검게 드리워지고 하늘에서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면 비를 흠뻑 맞으며 집으로 내달리곤 했다
고무신 신은 뒷 발꿈치에서 뽀각뽀각 소리가 났었다

그림같이 짧은 가을 풍경을 잠시 느끼면 어느새 하얀 겨울이 오면 이듬해 삼월이 되어야 봄을 맞이하는 긴긴 겨울이었다

오늘도 추억의 파이를 베어 물면 어제 같은데 어느덧 머리에는 하얀 서리가 내려와 가을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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