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비 대신 내주고 사라졌다

기자생활을 하다보면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을 때가 많다. 독자들로부터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기도 하고 때로는 비리와 관련한 제보를 받기도 한다.

제보내용이 그럴싸할 때도 있지만 전혀 판이한 경우도 종종 있다. 상대에 따라 보는 관점이 다른 것들도 흔한 편이다.

때문에 기자는 항상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기사를 쓸때마다 여러번 고민을 하고 문구 하나하나를 선택할때도 깊이 생각을 하게된다.

한번 나가면 고치기 힘들기 때문에 최대한 균형잡힌 기사에 충실하려고 한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기사는 여론을 호도하거나 편향적인 시각을 갖게하기 마련이다. 형평성을 최대한 유지해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술을 마신 상태에서 절대로 기사작성을 하지 않는다. 자신도 모르게 감정적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밤새 써놓은 편지가 아침에는 쑥스러울때가 있다. 하지만 시(詩)는 그렇지가 않다. 술자리에서 시상이 떠오르면 즉석에서 메모지에 옮겨 적기도 한다.

사실 그대로인 기사와 시(詩)는 다르다고 볼수있다. 반월신문 창간 29주년을 맞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며칠전 미담에 가까운 제보를 받은 적이 있다. 장로회장을 맡고 있다는 정회진씨였다. 조용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전화한 그는 각박한 세상에 택시비를 내준 경찰관을 우리 사회에 널리 알리고 싶다고 했다.

사연은 이러했다. 와동에서 본오아파트 주변 주택가에 내린 승객이 집으로 들어간 뒤 나오지 않자 택시기사가 경찰에 신고했다. 무전취식이라고나 할까.

지인집에 들른 승객은 문이 잠겨있어 택시비를 마련할 도리가 없었다고 한다. 출동한 본오1파출경찰관 2명도 난감해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로서 어찌보면 법대로 처리하면 될 일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경찰관 중 한명이 자신의 신용카드로 택시비 1만7600원을 결제하고 파출소로 돌아갔다는 얘기였다.

법대로 처리할 수만은 없었던 모양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경찰관 김태우씨로 알려졌다. 택시 기사인 권금화씨도 이날 경찰관의 생각하며하루 종일 즐거운 마음으로 승객을 대했다고 고백했다.

요즘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가 국가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어찌보면 경찰의 몸집이 커지고 힘이 강해질지도 모른다. 권한을 가진만큼 인권을 중시해야 하는 숙제가 놓여있는 것이다.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한테 사랑받는 경찰을 그려보고 싶다. 겸손하고 친절하게 우리 곁을 묵묵히 지키는 대한민국 경찰의 앞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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