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사건의 피해자 국선변호사로 선정되어 사건을 진행하며 느낀 고민을 공유해볼까 한다. 아동학대 사건에서 피해자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는 않지만, 사건을 경험할 때마다 아동학대 문제에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필자 또한 피해자들 또래의 자녀를 키우고 있어서 인지, 아동학대 문제가 더 깊이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어린이집에서 친구들에게 토를 잘 하는 아이라고 불리는 친구가 있다. 밥을 먹을 때마다 토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생님은 아이에게 토한 것을 다시 먹도록 하거나 아이더러 직접 토를 한 것을 치우도록 한다.

그 광경을 목격한 다른 친구가 자신의 부모에게 이야기한 것이 피해 아동의 부모에게 전달되어 사건이 접수되었다. 사건 진행의 경과는 어떠했을까. 당해 사건은 경찰 단계에서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었다.

이와 유사한 사건이 또 있다. 어린이집 점심시간에 점심을 먹고 있던 어린 아동이 잔반을 남겼다는 이유로 어린이집 선생님이 강제로 남은 잔반을 먹게 하였다.

나중에 이와 같은 사실이 확인되어 학대로 의심되어 신고 된 사건이 있다. 이 사건 진행의 경과는 어떠했을까. 당해 사건은 경찰 단계에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었고, 어린이집 교사에 대한 법적 절차가 진행 중에 있다.

물론, 구체적인 사건에서 그 사실관계나 증거의 상이한 점이 있다하더라도 주된 내용이 유사해 보이는 사건에서 사건 처리 결과가 상이한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실무에서 아동 학대를 처리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건 초기에는 담당 수사관의 주관이 사건의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 사견으로는 전자는 학대에 관대한 수사관이, 후자는 다소 엄격한 수사관이 사건을 처리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분명 문제가 있다. 법의 적용이 일률적이지 않고, 사건에 관여하는 사람의 주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면 형평에 맞지 않고 예측가능성도 없다.

아직 학대사건의 처리 기준이 명확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닐까 싶은데, 필자는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학대의 개념을 보다 엄격하게 해석하고, 법률상 학대의 개념에 해당한다면 일단 기소하여 법원 판단을 받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뉴스에 아동학대 사건이 보도되고 있지만, 일반은 무엇이 학대인지 잘 알지 못한다. 일선의 수사를 담당하는 사람들 역시도 객관적인 기준에 따른다기보다 주관에 개입한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법원이 선례를 만들어가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혐의가 인정되면 무조건 기소하여 처벌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이 확인되면 일단 법원의 판단을 받도록 하고, 이를 통해 처벌 기준을 분명히 하자는 것이다. 구체적 사정을 감안하여 처벌 여부 또한 법원이 판단할 수 있다. 이 또한 학대 사건의 기준이 모호한 것에서 오는 불균형을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과거에는 자녀의 양육은 가정의 몫이었고, 사회는 주로 교육을 담당해왔다. 그러나 사회가 변화하고 출산율 저하로 여러 가지 제도가 신설됨에 따라 이제는 육아도 많은 부분 사회가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학대에 대한 개념과 기준도 분명해야하고, 사회와 제도가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반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